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의 복원공사 과정에서 120년 전 공사관의 활동상을 담은 '타임캡슐'이 발견됐다.
특히 을사늑약(1905년)으로 일제에 외교권을 강탈당해 공사관의 모든 공식 활동이 정지된 시점인 1906년 당시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딸이 공사관에 보낸 결혼식 초청장이 발굴돼 외교사적 의미에도 관심이 쏠린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복원 중인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 안에서 19세기 말∼20세기 초 공사관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다수의 자료가 발굴됐다고 밝혔다.
발견된 자료는 결혼식 및 전시회 초대장과 엽서, 명함, 크리스마스·신년 카드 등 총 15점인데, 건물 2층 집무실 벽난로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오수동 재단 사무총장은 "자료는 벽난로 상판과 벽 사이에 끼어 있었다"며 "찢어서 벽난로에서 소각하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중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1892년 워싱턴DC에서 개최된 화가 조지 로버트 브뤼네(George Robert Bruenech)의 전시회 초대장과 미국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딸 앨리스의 1906년 2월 결혼식 초대장이다.
두 발굴 자료는 유통 시기와 초청주체, 수신 및 발신 주소 등이 모두 확인돼, 당시 공사관의 대외 활동상을 잘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미국을 주 무대로 활동한 캐나다 출신 풍경화가 조지 로버트 브뤼네는 1892년 워싱턴DC에서 전시회를 열고 공사관 측에 초대장을 발송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초대장과 이듬해 촬영된 공사관 1층 객당을 촬영한 사진 속에 등장하는 서양화 2점의 관계인데, 화풍이 매우 유사해 브뤼네의 작품을 공사관에서 입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또 당시 미국 대통령의 딸 앨리스 루스벨트가 1906년 2월 백악관에서 치러진 자신의 결혼식 초대장을 공사관에 보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당시 앨리스 루스벨트는 워싱턴 사교계의 여왕으로 불렸다.
엘리스는 특히 1905년 9월 경운궁(현 덕수궁)을 방문해 고종 황제를 직접 알현하고 어진 사진까지 받는 등 활발한 외교활동을 펼친 바 있다.
오 사무총장은 "이 시기는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을사늑약으로 공사관의 공식 활동이 정지된 다음 해라는 점에서 외교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관 복원 과정에서 당시 유물의 실체가 그대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힘없고 돈없는 조그만 나라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한제국의 외교관들이 아주 확발히 활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함께 발굴된 현지 교회 관련 자료들은 당시 공사관 서리공사를 지낸 이채연의 부인의 활동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다수의 미국 현지 기사에 따르면, 이채연의 부인은 미국 제23대 대통령 벤자민 해리슨 부부와 같은 워싱턴DC 커버넌트 장로교회에 다니면서 교류했으며, 영부인과 각료부인들과 함께 사교클럽을 만들어 만찬을 가질만큼 왕성히 활동했다.
이밖에 미국 여성화가 에디스 하워스가 직접 그려 보낸 크리스마스 및 신년 카드(제작 연도 미상), 지금은 철거되고 사라진 버지니아 주(州) 소재 댄빌 군사학교 전경이 담긴 엽서 등 다양한 자료들이 함께 발견됐다.
발굴 자료들은 1891년 공사관 내부에 사교클럽을 만들고 외교활동을 했다는 당시 신문 기사 내용을 뒷받침해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재단은 지난 4월 이들 자료를 발굴해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옮겨, 보존 처리 중이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은 2015년 10월부터 복원공사 중이며, 내년 상반기에 박물관의 모습으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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