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7.12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13세기 중반 파죽지세 몽골軍, 西進하다 동유럽서 돌연 물러나
알고보니 정치 격변 때문이 아니라 기상이변으로 땅이 진창 된 탓
몽골 통일도 기상이변 덕분… 나이테 연구 통해 새롭게 알려져
칭기즈칸이 세운 몽골제국은 아시아는 물론 러시아와 중동, 동유럽까지 뻗어갔다.
서진(西進) 선봉장은 칭기즈칸의 손자 바투였다.
몽골 기마군단은 1237~1238년 겨울 러시아를 정벌했다.
훗날 나폴레옹과 히틀러도 넘지 못한 러시아의 '겨울' 장벽을 돌파한 것이다.
절정(絶頂)은 1241년 헝가리 정복전이었다.
몽골 기마군단은 하루 평균 100㎞를 주파하며 폴란드·헝가리 연합군을 궤멸시켰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기갑군단의 돌파 속도보다 더 빨랐다.
헝가리 왕은 나라를 버리고 도망갔다. 350년 뒤 지구 반대편 조선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왜군이 밀려들자 선조는 서울을 버리고 의주로 달아났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명나라의 도움을 받은 조선처럼 강력한 구원군이 나타난 것도 아닌데 이듬해 몽골군이 갑자기 퇴각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문제는 날씨였다.
문제는 날씨였다.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의 니콜라 디 코스모 교수는 지난 5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한 논문에서
"기상이변으로 1242년 봄 초지가 모두 늪지로 변한 것이 갑작스러운 몽골군 퇴각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진창이 기마군단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연구진은 몽골군이 침략한 당시 기록과 함께 오래된 목조건물에서 당시 기후를 보여주는 타임캡슐을 찾았다.
연구진은 몽골군이 침략한 당시 기록과 함께 오래된 목조건물에서 당시 기후를 보여주는 타임캡슐을 찾았다.
바로 나무의 나이테이다. 가뭄이 심했거나 혹독한 추위를 겪었으면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해 나이테가 촘촘하다.
반대로 날씨가 좋았으면 나무가 잘 자라 나이테 간격이 넓다.
나이테를 보면 1238~1241년은 따듯하고 건조한 여름이 이어지다가 1242년 초 습하고 추운 겨울이 닥쳤다.
나이테를 보면 1238~1241년은 따듯하고 건조한 여름이 이어지다가 1242년 초 습하고 추운 겨울이 닥쳤다.
연구진은 이런 날씨에 눈이 녹아 사방이 늪지로 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게다가 원래 헝가리 초원지대는 지하수가 지표면 가까이 있어 쉽게 침수된다.
이곳은 1700년대와 1800년대에 대규모 배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나서야 만성 침수에서 벗어났다.
늪지에서는 말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뿐더러 말을 먹일 풀도 구하기 어렵다.
몽골군은 풀이 자라는 마른 땅까지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역사학자들은 몽골제국의 정치적 상황이 갑작스러운 철군 이유라고 봤다.
칭기즈칸의 후계자인 셋째 아들 오고타이가 1241년 12월 죽자 모든 몽골군 지휘관들이 급히 귀국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헝가리 원정군을 이끈 바투는 몽골이 아닌 러시아로 돌아갔다.
아버지 주치가 칭기즈칸의 장남이긴 하지만 늘 사생아로 의심받아 집안에서 배척당했기 때문이다.
바투는 나중에 제국 서쪽에 킵차크한국(汗國)을 세우고 삼촌, 사촌들과 결별했다.
사실 몽골제국의 탄생도 기상이변 덕분이었다.
사실 몽골제국의 탄생도 기상이변 덕분이었다.
디 코스모 교수는 2014년 나이테 분석을 통해 칭기즈칸이 여러 부족을 통일하던 무렵인 1211~1225년 몽골 초원에
비가 자주 내리고 기온이 크게 올랐음을 확인했다. 1000년 만에 오는 습하고 따듯한 기후였다는 것.
이러면 풀이 무성해지고 말이 살찐다. 세계 최강 몽골 기마군단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법이다. 할아버지의 기마군단을 도운 기상이변이 손자 바투 때엔 도리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법이다. 할아버지의 기마군단을 도운 기상이변이 손자 바투 때엔 도리어 발목을 잡았다.
이는 제국의 동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칭기즈칸의 또 다른 손자인 쿠빌라이 칸의 원(元) 군대가 1274년 고려군과 함께
일본 원정에 나섰는데 갑작스러운 태풍을 맞아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인들이 "신이 바람을 일으켜 우리를 도왔다"고 하는 바로 그 바람, '가미카제(神風)'다.
몽골군과 날씨의 인연은 질기다. 심지어 그들이 직접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몽골군과 날씨의 인연은 질기다. 심지어 그들이 직접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2011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인류사의 대격변기에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인구가 급감하면서 버려진 농지가 숲으로 변해 이산화탄소를 대량 흡수했을 것이란 추정이었다.
조사 시기는 13~14세기 몽골의 침략 전쟁과 14세기 유럽의 흑사병, 16~17세기 아메리카 대륙 정복
그리고 17세기 명나라 몰락기였다. 이 중 오직 몽골군만이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춘 것으로 나왔다.
그 효과는 한 해 전 세계에서 가솔린 소비로 나오는 이산화탄소 모두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바람과 비구름을 탄, 말 그대로 풍운(風雲)의 제국이다.
'人文,社會科學 > 歷史·文化遺産'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포럼] 일제잔재 국보1호 그냥 둘 것인가 (0) | 2016.07.20 |
---|---|
[숨어 있는 세계사] '1월의 강'이라 불리며… 한때 포르투갈 수도였대요 (0) | 2016.07.14 |
복원중인 대한제국 주미공사관서 '120년전 타임캡슐' 발견 (0) | 2016.07.08 |
컬러로 그린 18세기 수원 華城 (0) | 2016.07.05 |
['110년 외국땅' 용산기지]내년말 돌아오는 땅, 미리 가보니… (0) | 2016.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