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12] 얼마나 염불했길래 염주 알이 저리 투명할꼬

바람아님 2013. 7. 16. 07:34

(출처-조선일보  2012.05.27  손철주 미술평론가)


짙은 남색의 장삼 위에 붉은 가사가 선명하다. 녹색 매듭을 지은 금빛 고리는 마치 훈장처럼 반짝인다. 색깔이 눈에 띄게 대비되어도
들뜬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매무시다. 다만 주인공이 앉은 의자의 장식이 요란할 정도로 복잡하다. 연두색 바지 아래 보이는 발
받침대가 의자 다리 노릇까지 하는 특이한 디자인인데, 초상의 주인공을 귀하게 모시려는 배려가 소도구에서까지 엿보인다.
왼쪽 위에 표제가 있다. '청허당(淸虛堂) 대선사(大禪師) 진영(眞影)', 서산(西山)대사로 널리 알려진 휴정(休靜·1520~1604)의
초상이다. 스님의 호(號)가 청허당이다.

전국을 주유하며 많은 제자를 길러냈던 휴정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 주장자를 놓고 칼을 들었다. 임진왜란이 묘향산에 은거하던
그를 불러냈다. 그가 산문(山門)에서 전쟁터로 간 까닭은 시로 전한다. 
'나라를 사랑하니 종사(宗社)가 근심이라/ 산속의 중도 또한 신하라오.' 
그는 평양성 탈환에 공을 세웠고, 정이품 직위까지 받았다. 휴정의 진영은 지금까지 여러 점 남았는데, 강골(强骨)의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승군(僧軍)을 지휘한 이력 때문일 테다. 이 작품은 고승의 진영을 자주 그린 승려화가 유성(有誠)의 솜씨다. 휴정의 눈맵시는 길고 부드럽게, 대춧빛 입술은 단단하게 묘사해 강온(强穩)을 고루 살렸다.




'청허당 진영' - 유성 그림, 
비단에 채색, 160.1×74.9㎝, 1768년, 봉정사 소장.
휴정의 손에 든 염주가 하얗다. 얼마나 염불을 해야 염주 알이 저토록 투명해질까. 큰스님은 손에 칼을 들거나 염주를 들거나,
큰스님이다. 하지만 카드 패를 잡은 큰스님은 없다. 저지레하다 들킨 스님들 때문에 이번 부처님 오신 날에는 부처님이 안 오실까
걱정이다. 휴정은 생전에 초상화가 있었다. 그는 입적하면서 그 초상을 보고 말했다. "80년 전 네가 나더니 80년 후 내가 너로구나."
저잣거리의 걱정을 덜어주려면 절집이 여여(如如)해야 한다. 


**각주 : 여여(如如)(불교용어) 산스크리트어 tathatā

① 분별이 끊어져 마음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 분별이 끊어져, 있는 그대로 대상이 파악되는 마음 상태.
② 그렇게 있음. 차별을 떠난, 있는 그대로의 모습.  ③ 모든 현상의 본성.

[네이버 지식백과] 여여 [如如] (시공 불교사전, 2003.7.30, 시공사)



**  참고자료-한겨레 커뮤니티, 문화토론방 **

차나한잔하세나 (coka011)  2006.10.25


여여(如如)란 무엇인가 하면요...

여여(如如)란
여(如)하고 여(如)하다는 뜻으로
"있는 그대로 (대)자유롭(게)다."란 의미로
"있는 그대로 같고 같다."
"있는 그대로 항상 그렇고 그러하다."는 뜻입니다.

그럼 무엇이 있는 그대로 같고 같으며 그렇고 그러하다는 것인가?
그것은 여(如)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럼 무엇을(이) 여(如)라 하는 것인가?
그것은 일체 모든 법이 있는 그대로
불이(不二)로 동일 평등함으로 같다는 것입니다.
그럼 무엇이 불이(不二)로 동일 평등함으로 같다는 것인가?
그것은 본성 진여...로 같다는 여(如)입니다.

저마다의 세계 속 각기 서로 다른 이름으로 다르지만
그 어느 것이든 있는 그대로 여(如)함으로 같다는
여(如)의 뜻이 하나만이 아니함으로
여(如)하고 여(如)하다 하는 뜻으로 여여(如如)라고 합니다.

즉 여여(如如)...라는 말은
우주 삼라만상 모든 사물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 있는 그대로 변함없이 같다는 말입니다.

모든 사물의 있는 그대로 사실 그대로의 모습을 말합니다
즉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 보고 듣고,
보면 보는 성품 자체가 되고
들으면 듣는 성품 자체가 되는 것입니다.
이러할 때 여(如)가 되는 것입니다

이때 여(如)는 법(法)이 다하여 없어진 것이고
법이 생기지 않는 것이며
법으로부터의 원리고
법의 열반입니다.

범부 중생 성문 독각 부처의 경지 모두가 여(如)에서 비롯된 경지입니다.
여(如)는 오는 것도 아니요.
어디로 가는 것도 아니요.
어떤 상태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고 있지 않다는 것도 아닙니다.

여(如)를 방해하는 아무 것도 없고,
어디나 존재하고 부서지는 일도 없고,
나뉘어지지 않는 불이(不二)이고,
어떤 때라도 여(如)가 아닌 일이 없고
항상 여(如)입니다.

여(如)에 들어감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든 법과 상(相)에 들어가고,
여(如)라는 존재 양상에 들어감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든 법(法)의 상(相)에 들어가고,
여(如)를 초월하여 다른 법을 설하는 것을 들어도
의심하지 않고 미혹되지 않고 시비(是非)를 말하지 않으며,
여(如)는 여(如)에 의하여 작용하되
그러면서도 아무런 작용도 하지 않습니다.

즉 모든 법에 저절로 있는 여(如)에 모든 법은 모두 여(如)에 들어갑니다.
그럼으로 이를 일러 여(如)하고 여(如)하다 하여
여여(如如)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여여의 표현의 입니다.
흡족한 답변의 못될줄은 알지만 너그러이 봐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