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테러 가능성에 ‘요새화’ 나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2주가량 앞둔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는 요즘 ‘불만 도시’가 됐다. 보안과 안전을 앞세운 당국의 잇따른 조치로 일상생활 자체가 지장받을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항저우 지역 네티즌들은 최근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 등 SNS 공간에 수십대의 군용차량들이 대형 공공장소를 에워싸고 있는 사진들을 올리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항저우시정부가 지난 20일부터 내달 6일까지 정상회의장이 위치한 서호(西湖) 주변지역 등에 대해 공안은 물론 군부대까지 동원해 ‘봉쇄관리’에 들어가면서 해당 지역 내에선 출입은 물론 우편ㆍ택배 등 기본적인 생활서비스마저 제한됐기 때문이다. 내주부터는 시내 다른 지역에서도 물류 배송과 화물차 운행 등이 제한될 예정이다.
게다가 회의 기간에는 봉쇄관리 구역에서 거주하거나 근무하는 시민들은 전용 무료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워둬야 한다. 자동차 사용과 주민 외출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시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미 시내 모든 호텔에는 내국인도 신분증을 지참해야 숙박이 가능한 상황이고 사복경찰의 불시단속도 이뤄지고 있다. 그간 논란이 심했던 교회나 성당에 대한 십자가 철거 작업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항저우시정부는 G20 정상회의에 대비한 경비ㆍ보안 강화의 일환으로 내달 1~7일을 집단휴가 기간으로 지정했다. 또 오는 26일부터 내달 6일까지는 항저우시 일대 모든 공장의 가동을 중단키로 했고 공사 현장들도 잠정 폐쇄할 방침이다. 여기에 맞춰 저장성 내 다른 10개 주요 도시들도 비슷한 시기에 일제히 공장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스모그 없는 ‘푸른 하늘’을 선보이기 위함이다.
항저우는 올 초부터 시내가 온통 흙먼지 가득한 공사판이었다. G20 정상회의를 겨냥해 도로정비 공사 200여개, 인프라 건설 공사 90여개를 진행하는 등 도시 환경개선 사업이 집중 시행됐기 때문이다. 신규 지하철 노선 공사는 내달 초 개통을 위해 24시간 내내 진행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이 같은 밀어붙이기식 일방통행과 지나친 보안 강화에 대해 “국가적인 행사라도 최소한 시민들의 일상생활은 보장돼야 하는 것 아니냐”, “외국 손님 접대하느라 인민의 삶은 뒷전에 내몰렸다” 등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최근 이슬람국가(IS) 연계세력의 테러 가능성이 제기된 뒤 사실상 항저우시를 ‘요새화’하고 나섰다. 장갑차 등 수십 대의 군용차량이 대형 공공건물을 에워싸는가 하면 무장 헬리콥터가 순찰 비행에 나섰고 시 외곽엔 미사일 부대가 배치되기도 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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