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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 무인기 '묻지마 수출'..중국 '드론굴기'

바람아님 2016. 8. 21. 00:28
경향신문 2016.08.19. 21:21

중동·아프리카 군사용 드론 시장 공략…미국 맹추격

지난 6월22일 파키스탄 펀자브 미얀왈리 부근에 군사용 드론이 추락했다. 파키스탄 당국은 아무 발표도 하지 않았지만 익명의 관계자는 영국 군사전문 매체 IHS제인스디펜스위클리에 “‘이룽(翼龍)’을 시험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룽은 중국제 드론이다.


1월 초에는 이라크군이 티그리스 강변 시아파 사원을 드론으로 오폭해 민간인 9명이 숨졌다. 이라크가 군사용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제야 알려졌다. 이슬람국가(IS) 타격에 투입한 드론은 중국산 차이훙(彩虹) 4호였다. 6월11일에는 중동에서 가장 큰 공항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국제공항에 드론이 출현해 항공편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 두바이 공항에서 드론 때문에 운항 중단 소동이 빚어진 것은 2014년과 지난해 1월에 이어 세번째였다. 지난해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나이지리아 등에서도 차이훙이 포착됐다.

이라크군이 중국에서 구매한 군사용 드론 ‘차이훙4B’가 지난해 10월 바그다드 남동쪽 알쿠트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비행 준비를 하고 있다. 이라크 국방부는 당시 차이훙4B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타격작전을 수행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라크가 드론을 동원한 첫 군사작전이었다.  이라크 국방부

이라크군이 중국에서 구매한 군사용 드론 ‘차이훙4B’가 지난해 10월 바그다드 남동쪽 알쿠트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비행 준비를 하고 있다. 이라크 국방부는 당시 차이훙4B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타격작전을 수행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라크가 드론을 동원한 첫 군사작전이었다. 이라크 국방부

공격용 드론 이룽(翼龍)
공격용 드론 이룽(翼龍)

■‘3P’ 전략으로 판다

중국은 1959년 군사용 드론 제작을 시작했다. 1980년대부터는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민간용 드론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한 중국은 군사용 드론에서도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미국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중국의 드론 개발·제작사는 2010년 100곳에서 2014년 230여곳으로 급증했다. 군사용 드론을 만드는 회사만 75~100곳 정도로 파악된다. 격년마다 주하이(珠海)에서 열리는 ‘에어쇼 차이나’는 최신형 드론의 각축장이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묻지마 수출’ 전략으로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의 지갑을 열었다. 미국 아시아 안보전문 싱크탱크 ‘프로젝트2049 연구소’의 이언 이스톤은 중국의 군사용 드론 판매 전략을 “가격(Price), 비밀유지(Privacy), 제품(Product)”이라고 표현했다. 청두항공기공업그룹의 중저공 드론 이룽은 군사용과 민간용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공격력이다. 미국 프레데터의 복사판으로, 공대지 미사일과 레이저 유도탄, 대인 폭탄과 50㎏짜리 소형 유도탄을 탑재할 수 있다. 2012년 주하이 에어쇼에 공개됐고, 2015년 1월 처음으로 편대비행을 수행했다. 성능은 비슷한데 프레데터는 대당 400만달러를 호가하는 반면 이룽은 100만달러 정도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CTR) 같은 국제조약에 가입돼 있고 무기수출 규제도 엄격하다. 정치외교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터키와의 드론 계약 문제였다. 터키는 2009년부터 미국으로부터 무인폭격기 MQ-9 리퍼를 사려고 애썼다.

리퍼는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과 레이저 유도폭탄 등을 장착하고 14시간 비행할 수 있다. 프레데터에 이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도 투입됐다. 미국은 이 드론을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호주 등에 수출했으나 의회의 반발 탓에 터키에는 판매승인을 미뤘다. 이 문제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인 터키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졌고, 터키는 드론 자체 개발에 나서서 ‘바략타르’라는 무인폭격기 시험비행을 성공시켰다.


반면 중국은 누가 왜 사려 하는지 따지지 않는다. 구매자와 가격정보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준다.


■스텔스, 수륙양용, 수중 발사까지

중국의 군사용 드론에는 미사일을 탑재한 무인폭격기가 가장 많다. 최근 급속히 보급된 차이훙 3·4호는 ‘드론의 칼리시니코프’라는 별칭을 얻었다.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이 만든 차이훙 4호는 미국의 MQ-9 리퍼 짝퉁이라는 비난도 받지만 성능은 뒤지지 않는다. 항속거리가 3500㎞, 비행시간은 40시간에 달한다. 미국의 헬파이어 공대지미사일과 맞먹는 AR-1 레이저 유도미사일과 FT-9 GPS 유도 포탄을 장착할 수 있다.


정찰용 드론 ASN-207
정찰용 드론 ASN-207

중국 최대 드론업체 시안아이셩(ASN)기술그룹의 ASN-206은 인민해방군 전략부대에 널리 보급된 정찰용 드론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비행해 지형지물 정보를 실시간 전송한다. 주행거리가 더 길어진 ASN-207은 버섯 모양의 안테나가 특징이다. 중국항천과공그룹이 만든 WJ-100은 미사일 공격은 물론 적의 항모 위치를 파악하고 대함순항미사일 공격 대상을 알려주는 다목적 드론이다


BZK-005 드론은 2013년 9월9일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 지역인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의 일본 방공 식별 구역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 2006년 주하이 에어쇼와 2009년 모스크바 항공전시회에서 공개된 바 있다.

최대 상승고도는 8000m, 연속 비행시간은 40시간이다. 최대 탑재 중량은 150㎏으로 소형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항일전쟁승리 7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군사용 드론 중 하나다. 적의 레이더망을 피하는 스텔스 기능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스마트폰으로 조종하는 드론도

칼끝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다오펑(刀鋒)은 다용도 무인기로 해안 순찰, 항공 촬영, 기상, 환경 관측 등에 사용된다. 2009년 산둥(山東)에서 150㎞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다오펑이 GPS위성의 유도 범위 밖으로 벗어날 경우 엔지니어가 지상에서 데이터 교환을 통해 다오펑의 위치와 상태를 확인하고 지상에서 원거리 조종을 할 수 있다. 하이오우(海鷗) 1호는 물 위에 착륙할 수 있는 수륙양용 드론이다. 무인헬기 AVIC톈옌(天眼)이나 하얼빈공대가 개발한 HEU 로켓발사 드론은 로켓 추진력으로 발사된 뒤 로켓과 분리되는 형태다. ‘젠냐오’는 잠수함 등 수중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평소에는 군인이 휴대하고 있다가 공기나 가스를 주입해 띄우는 ‘팽창형’ 드론도 있다.

날개·프로펠러 형태는 각양각색이다. 수평축을 중심으로 날개가 돌아가는 ‘시클로자이로’ 형태인 ‘펑훠룬(風火輪·사진)’은 몸통에 날개가 360도로 달려 이름처럼 불바퀴 모양을 하고 있다.


무인 헬기는 프로펠러 개수에 따라 트리콥터(3개), 콰드콥터(4개), 헥사콥터(6개), 옥토콥터(8개)로 나뉘기도 한다. 난징대 항공우주학과팀이 만든 진잉(金鷹)과 톈잉(天鷹)은 프로펠러 대신 새처럼 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비행한다. 동력이 달린 패러글라이더 드론도 있다. ‘이항 헥사콥터’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도 조종할 수 있다.


▶세계 민간용 시장 70% 장악…‘드론계의 잡스’ 왕타오>>10년 전 대학생 때 DJI 창업…항공 촬영용 팬텀 등 성공신화
중국의 드론을 말할 때 드론 산업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다좡창신커지(大疆創新科技·DJI)’의 창업자 왕타오(汪滔·36·사진)를 빼놓을 수 없다. 왕타오는 1980년대 한 자녀 정책 실시 후 태어난 ‘바링허우(80後) 세대’ 중 자수성가 성공신화를 쓴 선두주자다.

2006년 홍콩과학기술대 재학 중 기숙사에서 다좡창신을 창업, 10년 만에 세계 1위의 드론 회사로 키웠다.
DJI의 농업용 드론인 AGRAS MG-1. 프로펠러가 8개 달린 ‘옥토콥터’다.
DJI의 농업용 드론인 AGRAS MG-1. 프로펠러가 8개 달린 ‘옥토콥터’다.
DJI는 세계 민간드론 시장의 70%를 차지하며 지난 3월 기준 자산가치가 80억달러(약 8조7600억원)에 달한다. 2013년 1월 출시한 팬텀1을 시작으로 최신 모델 팬텀4까지 항공촬영용 팬텀시리즈가 대표상품이다.

왕타오는 어릴 때부터 모형 비행기에 빠져 살았다.

화동사범대학을 자퇴하고 미국 스탠퍼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진학을 꿈꿨지만 거절당한 뒤 홍콩과기대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드론 연구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 소비형 드론이 자리 잡기 전인 2008년 세상에 첫 제품을 내놓았다. 이제 세계 드론 산업을 주름잡는 거물이 됐지만 알리바바의 마윈(馬雲)이나 샤오미의 레이쥔(雷軍)과는 달리 외부에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술도 거의 마시지 않고, 사무실에 틀어박혀 매주 80시간 이상 일한다. 사무실 문에는 ‘머리만 가져오되, 감정은 가져가지 말라’고 써 있다고 한다.

지난해 포브스와의 이례적인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스티브 잡스의 생각을 좋아하지만 이 세상에 나를 진정으로 탄복시킨 인물은 없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이인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