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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마오시대로 돌아가나…리커창 자리 간당간당

바람아님 2016. 8. 28. 00:05
동아일보 2016-08-23 10:08

시진핑 1인 天下? 중국 권력투쟁 본격화됐다

중국지도부 비밀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회의가 최근 폐막되면서 중국정가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도부 개편을 논의한 징후가 여기저기서 포착되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를 비롯한 현 지도부 임기는 내년 가을 19차 당 대회까지. 내년 당 대회 선출 지도부 인선 방안을 이번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것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시 주석 관련 의제.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시진핑 주석-리커창(李克强) 총리 조합을 제2기에도 유지할지, 시 주석의 권한을 어디까지 확대할지, 연령제한(67세 이하)으로 물러나는 정치국 상무위원 5명의 후임자는 누구로 할지 등이다. 하나같이 민감하고 휘발성 강한 화두들이다.

지금까지 관례대로라면 시-리 조합은 제2기에도 유지되는 게 정상이다. 전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원자바오(溫家保) 총리도 그랬다. 그런데 난데없는 총리 교체설이 금년 초 불거졌고 시간이 흐르면서 세를 얻고 있다.

교체설을 퍼뜨리는 쪽은 시 주석과 리 총리 사이의 정책적 이견을 첫째 이유로 꼽고 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게 국영기업에 관한 처방이다. 시 주석은 국영기업은 크고 강하게 육성해야 하며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반면 리 총리는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 국영기업은 도태시키는 게 순리이고 정부지원은 가급적 지양하는 게 좋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의 경제지론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정권 출범초기 유행했던 리코노믹스(리커창 총리 경제학)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 지금은 시종(習總)경제(시진핑 총서기 경제학)와 커창(克强)경제(리커창 총리 경제학)로 대체됐다. 더욱이 시 주석은 재경(財經)영도소조도 관할하고 있다. 총리의 영역이었던 경제까지 시 주석이 직접 챙기면서 주석과 총리의 권력분할 구도가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총리 중도 하차 설(說)이 나오는 또 다른 배경이다.

중국 내 최대 정치파벌로 꼽히는 공산청년단(공청단)에 대한 유형무형의 압박도 두 사람 간 불화설이 확산되는 원인이다. 리 총리는 공청단 주석을 지낸 후진타오 전 주석이 천거한 공청단 출신 후계자다. 그럼에도 시 주석은 공청단의 문제점을 공개리에 비난하면서 상당수 간부를 부패 혐의로 축출했다. 공청단 해체설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리 총리 후임 물망에 오르는 인물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리 총리조차도 존재감을 찾기 어려운 마당에 어떤 인물을 앉혀도 시 주석의 권위에 위축되는 건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이 질문의 연장선에서 제기되는 문제가 바로 시 주석의 권한 강화다. 시 주석은 직전 정권에서 9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일원으로 국가부주석을 지냈다. “아홉 마리 용이 한 물을 다스린다” 는 ‘9룡치수’(九龍治水)를 경험한 것이다. 아홉 마리 용이 빗물을 관리하다 보니 어느 누구도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아 결과적으로 비가 적게 내린다는 역서(曆書)에 나오는 얘기다.

시 주석은 다수의 상무위원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의 분야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권력분점은 비효율의 극치이며 이를 극복하려면 권력집중이 불가피하다고 믿고 있다.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 서방의 대통령제와 같은 총통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 정계는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7월말 열렸던 정치국회의다. 정치국회의는 오는 10월 6중전회를 개최할 것이며 ‘당내 정치생활에 관한 약간의 준칙’을 개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준칙은 문화혁명 때 마오쩌둥(毛澤東) 일인의 권력독점이 어떤 폐해를 가져왔는지를 절감한 덩샤오핑(鄧小平)이 문화혁명 직후인 1980년 일인전횡 방지를 위해 만든 중국공산당 정치 내규다.

그런데 30년도 넘은 이 준칙을 갑자기 바꾸겠다는 것이다.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왜 바꾸는지,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는 얘기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 주석 권한과 긴밀히 관련돼 있고 베이다이허에서 깊은 논의가 있었다는 점이다.

둘째는 시 주석의 호칭 문제다. 현재 정식 호칭은 ‘시진핑 동지를 총서기로 하는 당중앙’(以習近平同志爲總書記的黨中央)이다. 사실적 서술이다. 이를 ‘시진핑 총서기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以習近平總書記爲核心的黨中央)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주관적 가치가 포함된 호칭이다. 핵심이라는 용어는 그동안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江澤民) 등 3명의 지도자에게만 허용됐던 칭호다. 시 주석의 권력이 그 만큼 강해진다는 뜻이다.


정치국 상무위원 교체도 초미의 관심이다. 7상8하(七上八下), 67세 이하는 상무위원 진입, 68세 이상은 불가토록 한 중국 내부의 불문율이다. 내년 19차 당 대회에서 현 7인 상무위원 중 시 주석, 리 총리를 제외한 5명은 연령제한에 걸려 물러나야 한다. 그럼에도 왕치산(王岐山)만은 예외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부패 척결의 막중한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지만 부패와의 전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따라서 ‘업무상 필요’(工作需要)라는 특수사정을 감안해 유임시켜야 한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홍콩언론은 지난해 말 개최된 5중 전회 때 1백여 명의 고위 간부가 왕치산 유임을 건의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왕치산은 내년이면 69세다. 제2기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시주석이 연임을 시도한다면 그때 나이도 69세다. 때문에 왕치산의 연임은 궁극적으로 시 주석 연임을 가능케 하기 위한 사전포석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이다이허 회의의 합의 사안은 10월 열리는 6중 전회에서 결의형식으로 공개되고 내년 양회에서 구체적인 정책으로 모습을 갖추게 된다. 물론 최종 목적지는 신지도부가 선출되는 19차 당 대회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 남짓한 기간, 차기 권력을 향한 격렬한 투쟁은 곧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치열하게 맞부딪히며 승자와 패자를 가려낼 것이다. 중국권력의 용호상박은 바로 지금부터다.

문일현(文日鉉) 중국정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