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한시대 손등 역시 입 가짐을 수행의 기본으로 여겼다. 어느 날 죽림칠현의 한 사람인 혜강이 그의 토굴로 찾아왔다. 혜강이 3년 동안 스승으로 모시면서 가르침을 구했으나 스승은 답을 주지 않았다. 제자가 단념하고 하산하려 하자 그제야 손등이 말했다. “요즘 같은 난세에는 함부로 입을 놀려서는 안 되느니라!”
탈무드에선 남을 헐뜯는 말은 살인보다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살인은 한 사람만 죽이지만 험담은 험담을 한 자, 그 험담을 들은 자, 험담으로 피해를 보는 자를 죽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로 인한 상처는 칼로 입힌 상처보다 깊다. 칼은 외부의 신체에 상처를 주지만 말은 내부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까닭이다.
요즘 같은 SNS 시대에 특히 신중해야 할 것이 말과 글이다. 남을 헐뜯고 모욕하는 글을 올렸다가 곤욕을 치르는 일이 허다한 현실이다. SNS에 도를 넘는 글을 올린 중년 남성이 최근 모욕죄로 처벌받았다고 한다. 사이버대학을 다니던 늦깎이 대학생 정모(57)씨는 학과 내 공부 모임 회장인 송모(60)씨와 회비 문제로 심한 언쟁을 벌었다. 감정이 격해진 정씨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상대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 ‘무식이 하늘을 찌르네.’, ‘눈은 장식품이냐?’, ‘이렇게 무식한 사람은 난생 처음. 국보감인 듯.’ 주위의 만류에도 정씨의 험담은 계속됐다. 모욕죄로 고소당한 그는 결국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람들은 남을 헐뜯거나 무시하는 말을 다반사로 한다. 직장인들이 모여 뒷담화를 하는 모습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험담처럼 맛있는 안주가 없다는 말까지 생겼을까. 명심하라. 자칫 입을 잘못 놀리면 만월의 굴조개처럼 자신이 되레 안주 신세가 될 수 있으니….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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