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처럼 신봉해왔던 ‘단일민족’이 허상임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277개 성씨 가운데 절반쯤인 130여개 성씨가 귀화 성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기야 중국에서 전쟁 같은 격변이 일어나면 갈 데가 어디 있겠는가. 중국 외에도 멀리는 네덜란드(박연), 베트남(이용상), 인도(허황옥)에서 가깝게는 여진(이지란), 일본(김충선)에서 이런저런 사연을 안고 찾아온 이들이 있었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발표를 보면 귀화 성씨의 폭증세가 놀랍다. 2000년에는 전체 성씨 728개 중 귀화 성씨가 442개로 파악됐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 주민등록상 전체 성씨가 5582개에 이르고, 그중 ‘한자가 없는’ 성씨만 4074개에 달했다. 물론 귀화 성씨가 몇 개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단 ‘한자 없는 성씨’의 절대다수가 귀화인일 가능성이 짙다. 새롭게 등록된 가또, 가루시아, 짠투이, 코비, 와비린, 마치, 레지나, 즈엉, 리샤, 오안, 핏 등은 분명한 귀화인의 성씨다. 귀화인이 한자 성과 본적을 쓰는 경우도 있다.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지낸 이참(베른하르트 크반트)은 독일 이씨, 국제변호사인 하일(로버트 할리)은 영도 하씨의 시조가 됐다. 이 밖에도 태국 태씨, 몽골 김씨, 대마도 윤씨, 길림 사씨 등도 있다. 아예 서촌(西村), 석원(石原), 신곡(新谷) 같은 일본 성씨를 그대로 등록하는 경우도 있다.
해마다 귀화인의 창성창본(創姓創本) 신청 건수가 7000건을 넘는다. 귀화인 스스로 시조가 되는 ‘본(本)과 성(姓)’이 기하급수로 는다는 얘기다. 중국(2600개)을 넘어 일본(10만개)을 추격할 판인가. 민족이란 말을 폐기처분해야 할 상황이다.
<이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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