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한삼희의 환경칼럼] 한국·중국이 西海 공유하는 방법

바람아님 2016. 10. 23. 09:25

(조선일보  2016.10.22 한삼희 수석논설위원)


中 수산물 소비 급증… 어업 생산량 세계 3분의 1

아시아 바다엔 어획량 상위 국가 밀집

'공유지 비극' 피하려면 돌발 사건 불구… '서로 자제' 배워야


한삼희 수석논설위원

서해에서 한국 해경 단정이 중국 어선에 들이받혀 침몰한 것이 지난 7일이었다. 

한동안 한·중 사이 긴장이 감돌더니 19일 중국 외교부 간부가 "해당 어선을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하면서 봉합되는 분위기이다. 이 사건을 조금 차분하게 생각해볼 때가 됐다.


자료를 들여다봤더니 중국은 뜻밖에도 세계 최대 어업국이었다. 

2012년 기준 바다 어획량은 1390만t으로 세계 어획량의 17.4%에 달했다. 중국은 배타적경제수역(EEZ) 

면적이 우리의 두 배지만 일본에 비교해선 5분의 1이다. 그런데도 바다 어획량은 한국의 8배, 

일본의 4배다. 그만큼 바다에서 많은 물고기를 잡아간다는 뜻이다.


중국인들은 개혁 개방 이후 소득 증가와 함께 단백질 공급원을 돼지고기·닭고기 위주에서 수산물로 다양화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국 근해 수산자원이 남획과 오염 충격이 겹치면서 고갈 상태에 빠졌다. 

중국 어민들이 남의 나라 바다까지 넘어가 원정 어업을 하게 된 사정이다.


중국 정부도 수산자원 고갈을 극복하려고 노력해왔다. 우선 양식업을 크게 신장시켰다. 

중국 어업통계연감을 보면 1978년 121만t밖에 안 되던 양식 생산량이 2013년 무려 4540만t으로 늘어났다. 

어선 어업과 양식 어업을 합치면 중국산 수산물이 세계의 3분의 1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 중반부터는 서해 일대에서 금어기(期)를 정해 고기잡이를 규제하고 있다. 

1999년부터는 어선 어획량을 더 늘리지 않는 정책(No Growth Policy)을 채택했다. 

바다 어획량은 그때 이후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다. 2003년부터는 감척(減隻)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2004년 22만 척이던 바다 어선이 2013년 19만6800척으로 되레 줄었다.


그러면서도 국민에게 수산물 고급 식단을 공급한다는 정책은 여전히 추구하고 있다. 

2006년부터 어선들에 연료 보조금을 줘왔는데 2012년엔 234억위안(약 3조8000억원)이나 됐다. 

연료 보조금은 어선 덩치가 클수록 더 많이 줬다. 그러자 어민들이 너도나도 큰 어선으로 바꿨다. 

2004년 어선 평균 톤수가 25t이던 것이 2013년 34t으로 늘어났다. 

7일 해경 단정을 들이받은 배는 100t급이었다. 

어선이 대형화하고 엔진 성능이 개선되면서 중국 어선들은 더욱더 영해 밖으로 진출하게 됐다.


결국 아시아 전역 바다에서 중국 어선들이 긴장 수준을 높여왔다. 

세계식량농업기구 통계를 보면 바다 어획량 랭킹 15위권 국가 가운데 아시아권 국가가 10개국이나 됐다. 

한·중·일 외에 인도네시아·인도·베트남·미얀마·필리핀·타이·말레이시아 등이다. 

이 가운데 인도와 미얀마를 빼면 모두 중국과 바다를 공유하고 있다. 그런 탓에 중국은 서해에서 우리와 관할권 범위를 놓고 

견해가 다르고 동중국해에선 일본과, 남중국해에선 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 등과 분규를 벌이고 있다. 

가장 날카롭게 국가 간 이익이 부딪치고 있는 곳은 남중국해이다.


그런데 남중국해는 350만㎢나 되는 큰 바다지만 서해는 40만㎢밖에 안 된다.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이기도 하다. 

중국은 해양 강국을 지향하는 나라다. 어선들이 먼바다를 누비면서 해군에 정보 수집과 물자 보급 기능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어선들을 일종의 해양 민병대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한다.


바닷물고기는 국경 없이 이 바다, 저 바다를 누비고 다닌다. 

아시아 지역 바다의 안정과 수산자원의 풍요를 유지하는 데는 중국의 노력이 관건이다. 바다 자원은 모두 함께 자제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이 깨지고 마는 '공유지 비극'의 전형이다. 민족 감정끼리 충돌하면 협력은 어려워진다. 

때로 우발적 사건들이 터지지만, 더 크고 장기적 이익을 위해 서로 자제하고 협조하는 법을 배워가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