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기고] '바뀌지 않는 중국'과도 협상해야 한다

바람아님 2016. 10. 25. 11:20

(조선일보 2016.10.25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북한학)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 지 거의 한 달 반이 되었지만 유엔 안보리는 아직 결의안을 내지 않았다. 

결의가 지연되는 기본적 이유는 중국에 있다. 

대중(對中) 외교만 잘하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람이 한국에 많지만 

현재 전략적 상황 및 중국의 국가 이익을 고려할 때, 이러한 희망은 아무 근거가 없다.


중국은 사실상 북한의 무역을 독점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결정만 내리면 북한 경제를 흔들 수 있다. 

중국은 평양이 체제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는 국제 압력은 무시하며, 체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엄중한 제재에 직면할 때에만 비핵화를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안다. 

문제는 그런 강력한 압력과 제재가 비핵화보다는 체제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중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나 한국으로의 흡수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북한에서의 민중 봉기나 쿠데타는 중국과 가까운 

핵보유국에서 정치 혼란과 내전, 대규모 난민 사태와 대량살상무기의 밀수입 등 여러 위협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한국인은 '타협에 의한 점진적 통일'을 꿈꾼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이 주도하는 흡수통일 외에 대안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국에 이러한 통일은 한반도에서 

미국과 동맹 관계를 유지하며 민족주의 경향이 강한 민주 국가의 탄생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니 대혼란 또는 흡수통일의 시나리오에 비해 중국을 직접적으로 겨냥하지 않은 북핵은 덜 나쁜 문제로 여겨진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미·중 관계도 중국의 대북 태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미국과의 대립이 이만큼 심각하지 않다면 

중국은 북한을 완충지대로도 보지 않고, 남한 주도의 통일도 그리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미·중 양국 간에 

남중국해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대립이 첨예화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한반도에서만 타협을 이루기는 어렵다.


사드 배치 문제는 매우 좋은 사례다. 

미국과 한국은 사드 배치가 군사적 방어 조치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북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단으로 보았다.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외교적 이유는, 사드 배치를 불러온 것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므로 사드를 위협으로 

보는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더 엄중한 압력을 가하도록 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사드 배치 결정은 반대의 결과를 초래했다. 

중국은 지나친 대북 압력이 북한의 체제 위기나 미국의 동맹인 통일 한국의 탄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물론 이것은 중국에 사드보다 더 큰 위기이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하고, 한국에 대한 제재를 계획하는 징후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중국의 대북 태도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常數)이다. 

중국은 북핵을 반대하지만, 북한 체제의 안정과 남북 분단 유지가 자신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본다. 

한국 외교는 이러한 상수를 인정하고 대중 정책을 짜야 한다. 중국과 협력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중국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료·기술·부품 등의 수입을 저지해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고, 훙샹그룹 사건이 

보여주듯 이 부문에서 우리와 협력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체제의 위기를 불러올 정도의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의 태도에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