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새 미국 대통령으로 선택한 선거가 화제다. 낮은 투표율에 의한 승자독식의 위험성을 지닌 선거의 불합리성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는 다수결 원칙을 따른다. 인류뿐만 아니라 자연계의 일부 사회적 특성을 지닌 동물집단 역시 다수결 원칙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중요 의사결정과 리더의 선택에 있어 인류의 방식은 다른 사회적 동물의 방법보다 더 합리적일까.
리더 선출은 사자나 사슴의 경우와 같이 수컷들 간 마초적인 대결로 결정되기도 하지만 고도로 분화한 사회적 동물 조직에 있어 리더 선택과 의사결정은 우리 방식보다 더 합리적이다. 코넬대 연구팀이 규명한 꿀벌의 사회적 행동은 이를 잘 보여준다. 꿀벌의 민주적 의사과정을 통한 새로운 벌집 위치 결정, 여왕벌 선택 방식은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 초여름 꿀벌 밀도가 높아져 벌집이 좁아지면 엄마 여왕벌은 절반의 일벌을 이끌고 밖으로 나와 근처 나뭇가지에 며칠간 머무른다. 그동안 일부 일벌들이 주변을 탐색, 다양한 집터 후보지를 무리에게 제안한다. 이들은 위글춤(wiggle dance)으로 각기 다른 후보지의 방향과 거리 정보를 알리고 제안된 후보지들에 대한 일벌들의 방문이 이어진다. 그 후 일벌들은 위글춤으로 선호하는 후보지를 표출하게 되어 같은 춤을 추는 일벌의 수가 후보지의 득표수가 된다. 이를 통해 다수가 원하는 곳에 여왕벌은 새 집을 짓는다.
한편 기존 벌집을 지배할 새 여왕벌은 자매들 간 대결로 선택된다. 흥미로운 것은 일벌 없는 밀실에서의 두 개체 간 대결은 항상 몸집이 큰 개체가 승리하지만 일벌이 함께 있는 상태에서의 대결은 의외의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그 원인으로 대결 과정에서 일벌의 참여를 들고 있다. 즉 보다 많은 일벌의 지지를 받는 개체가 몸 크기와 무관하게 리더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공개경쟁 및 구성원의 참여를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 그리고 리더 선택을 이룸으로써 지난 1억년 동안 자신의 종족을 존속시켜 왔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낮은 투표율의 승자독식 폐해 역시 이 같은 높은 참여에 달려 있는 것 아닐까. 집단지성으로 행동할 때 참된 민주주의는 완성된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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