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거칠어지는 중국 사드 몽니 대륙에서 한국 흔적 지우려는 듯
중국 내 모든 한류 공연 차단하고 뿔테 안경 사진의 비자까지 퇴짜
중국 사드 보복 이기는 방법은 철저한 준법으로 빌미 주지 않고
중국 대체할 새로운 시장 찾으며 우리가 하나 돼 한목소리 내는 것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보복이 그칠 줄 모른다. 문제는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뿔테 안경 낀 사진으론 중국 비자도 못 받는다. 중국 언론은 ‘한번 갈 데까지 가보자’고 말한다. 중국의 압박은 대부분 준법투쟁의 형식을 띤다. 은밀하면서도 집요하다. 그렇다고 사드 철회도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 리더십이 실종된 현재로선 중국의 보복 방식을 면밀히 분석해 우리 각자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는 게 최선이다.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결정 직후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는 “중국이 경제 보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웬걸, 중국의 보복은 날로 그 강도를 높여 가고 있다. 롯데 같은 대기업에서 관광버스 운전기사 등 개인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사드 보복 충격은 우리 사회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
사드 배치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 전망이 아니다. 중국의 보복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제까지 가해진 중국의 사드 보복 수단과 방법, 전략 등을 차분히 살피면서 우리가 받을 내상(內傷)을 최대한 줄일 방안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과하다 싶었는데 실제 보복 강도는 훨씬 세다. 아직 사드를 배치한 것도 아니건만 북한 제재 재검토를 빼곤 이미 모든 보복이 가해지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중국에 진출한 150여 모든 사업장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무차별적 세무·소방 조사를 받고 있다.
사드 옹호 한국 정치인의 방중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설사 간다 하더라도 남경필 경기도 지사의 경우처럼 냉대를 받는다. 한국에 대한 군사적 경고도 수시로 나온다. 서해에선 항공모함을 동원한 훈련이 펼쳐졌고 군용기가 무리를 지어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다. 중·러는 또 모이기만 하면 ‘사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피아니스트 백건우나 소프라노 조수미 비자 퇴짜 등 중국 내 모든 한국 공연 중지와 같이 마치 대륙에서 한국의 흔적을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보복 방법을 짜내고 있다.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로 중국 당국은 한국과의 거래 상황 전반에 대한 점검을 끝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한국이 아파할 수 있는 모든 걸 건드리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의 보복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신 중국은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한다. 유커(遊客·관광객) 축소는 저질 관광상품 단속에서 빚어진 오해이고, 한국산 화장품이나 양변기 무더기 수입 불허는 통관 규정에 위배됐기 때문이라는 설명 등이다.
이 같은 중국의 행태는 일종의 준법투쟁 성격이 짙다. 평소 느슨하게 적용해 오던 법규를 에누리 없이 시행하는 것이다. 사실 인치(人治)의 사회인 중국에서 ‘법대로 하자’는 말만큼 무서운 게 또 있나. 이는 중국에서 유행하는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되고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한류를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의 경우 중국 당국은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문건 대신 구두 명령을 이용했다. 그것도 두 차례나. 눈 가리고 아웅할 때는 중국 스스로도 계면쩍다는 느낌이 들어서일 것이다.
중국은 또 보복의 존재를 부인하기 위해 천편일률적인 압박 대신 어느 한쪽의 물꼬는 열어 놓기도 한다. 허난(河南)성 공안이 한·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인 시민 셋을 붙잡아 구류형을 내리고 관영매체가 이들의 행위를 ‘어리석은 애국’이라고 비판한 게 그런 예다. 화전(和戰) 양면 전술로 상대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반면 상대적 약자인 한국에 대해선 무자비한 보복을 가하고 있다. 미국이 밉긴 하지만 수퍼 파워 미국을 직접 상대하기보다는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고 또 만만한 상대로 여겨지는 한국에 대해 ‘대리전(代理戰·proxy war)’ 양상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혼난 나라는 많다. 노르웨이는 2010년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했다가 주력 수출품인 연어의 중국 내 시장을 잃어 큰 홍역을 치렀다. 이후 6년여 만인 지난해 말에야 ‘심각한 반성’을 전제로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었다.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을 국제사법기관에 제소했던 필리핀은 바나나와 망고의 중국 수출길이 막혔고, 달라이 라마를 초청했던 몽골은 국경을 지나는 차량마다 통행세를 징수당하는 보복 조치를 당했다.
중국의 보복은 또 상상을 뛰어넘기 일쑤다. 이번 사드 보복도 인적 왕래와 문화 교류 제한, 경제 압박, 군사 위협 등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다. 이는 2000년 한국이 중국산 수입 마늘에 900만 달러 규모의 관세를 매겼다가 그 50배가 넘는 5억 달러 규모의 우리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의 중국 수출이 막히는 보복을 당한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까불면 국물도 없다는 식이다.
━ 오랑캐는 오랑캐로 제압한다? 중국의 전통적 이웃 나라 다루기인 이이제이(以夷制夷) 방식도 눈에 띈다. 사드 보복 여론전에 나선 중국이 가장 먼저 한 조치 중 하나가 사드에 반대하는 한국 인사들을 찾아내 그들의 주장을 인민일보에 기고 형식으로 실은 것이다. 한국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유도하겠다는 심산이다.
사드 반대 야당 인사들의 중국 방문 또한 그런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국 국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많음을 중국 국민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이를 다시 한국 언론이 받게끔 해 한국 내 논란을 부추기려는 것이다.
적을 약화시키는 데는 예나 지금이나 이이제이 책략만큼 좋은 게 없다. 중국의 국력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상대를 분열시키고 혼란에 빠트려 끝내는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 우리가 하나 될 때 사드 보복 사라져 중국의 보복은 쉽게 멈출 것 같지 않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우리 지도자들에게 세 차례나 사드 반대를 외친 터라 웬만해선 물러설 기미가 아니다. 특히 오는 가을 시진핑 2기 체제를 여는 제19차 당대회를 개최하는 터라 중국은 약한 모습을 보일 수가 없다. 계속해서 강경 모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 우리는 중국의 보복에 앉아서 당하고만 있어야 하나. 대권 자리를 탐하느라 혼란만 거듭하는 우리 정치권엔 별로 기대할 게 없다. 우리 국민과 기업 스스로가 자구책을 찾아야 하는 비참한 상황이다.
그 첫 번째 방법으로 우리는 중국이 준법투쟁을 벌이는 점에 주목해 규정이나 절차상 중국에 꼬투리 잡힐 일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중국의 인정(人情)에 의지해 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두 번째는 중국을 대체할 시장 찾기다. 중국은 외교·안보 사안과 경제 보복을 연계시키는 게 일상화됐다. 그만큼 불안정한 시장이란 이야기다. 그렇다면 중국을 넘어서는 다른 시장을 발굴해야 한다. 중국을 탈출해 베트남·방글라데시 등으로 진출한 우리 섬유업계나 중국 대신 우리 서산에 중대형 배터리 생산라인을 증설키로 한 SK이노베이션의 행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국민적 단합이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논의와 타협으로 민감한 외교 사안에 대해선 우리 국민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이 한국에 경외감을 느낀 경우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우리 국민이 하나가 돼 금 모으기 운동을 펼친 때다.
또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당시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악마들이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치던 모습도 중국에는 한국을 결코 가벼이 할 수 없는 국가란 인식을 심어준 경우였다. 우리가 하나 돼 한목소리를 낼 때 중국의 사드 보복은 사라질 것이다.
유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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