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잠을 설치고 있다. 춘절이 지나면 좀 괜찮아지려니 했지만 오산이었다. 벌써 일주일째... 밤이고 낮이고 폭죽 소리, 아니 폭죽의 굉음이 온 도시에 울려 퍼진다. 소음은 물론이고 매캐한 냄새와 연기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스모그 경보도 또 발령됐다.
중국인들에게 폭죽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명절은 물론 개업과 출산, 결혼 등 중요한 일이 있으면 폭죽을 마음껏 터트린다. 이민족을 쫓아내기 위해 화약을 처음 이용했던 유구한 역사는, 악귀·액운을 쫓아내는 의미로 발전해 중국인들 사이에서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폭죽을 터뜨리는 건 악운을 막고 앞날에 희망을 비는 경건한 의식이라고 믿는 중국인들이 상당히 많다. 따라서 남들이 터뜨리는 폭죽을 구경하는 건 중국인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 반드시 자신이 폭죽을 구매해 터뜨려야 하는 것이다.
춘절이 시작되기 보름 전쯤 되면 중국의 도심에는 폭죽 판매대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보기에는 그냥 노점상 같지만 아무렇게나 우후죽순 들어서는 게 아니다. 정식으로 폭약을 다루고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은 판매인들인데, 베이징 같은 큰 도시는 몇백 개가 들어서기도 하지만 보통 중소 도시는 10개 미만 정도로 제한된다고 한다. 호기심에 가격을 물어봤다가는 깜짝 놀라기 일쑤다. 소품은 1,000~2,000위안 정도, 큰 것들은 3,000~4,000위안, 상자에 들어있는 세트는 7, 8000위안을 넘는 것도 많다. 중국 대졸자들의 초임 월급 평균이 3, 4000위안 정도니까, 폭죽 가격이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다.
얼마나 사가는지 옆에서 지켜본 결과는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정도였다. 소품을 사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차림새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와서 폭죽 세트를 사들이며 몇천 위안씩을 쓰기도 했다. 몇 달 치 월급을 폭죽을 사는 데 쓴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듯 보였다. 자식이 주는 용돈을 한푼 두푼 모아왔을 노인들도 이때만큼은 내일이 없는 듯 돈을 거침없이 폭죽에 투자했다. 춘절 폭죽을 사기 위해 일을 한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부자들은 보통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돈을 폭죽에 쓰기도 하는데, 부자일수록 폭죽은 더 크고, 화려하고, 비싸진다고 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폭죽을 사지는 않는다. 주위의 많은 중국인이 폭죽에 돈을 쓰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특히 젊은 사람들일 수록 그렇다. 춘절 연휴가 끝난 뒤 거리에 널려있는 폭죽 쓰레기는 골칫거리가 되곤 한다. 폭발사고에 따른 화재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폭죽 연기와 미세먼지로 유발되는 스모그도 골칫거리다.
최근 중국정부가 폭죽 판매처를 제한하고 대도시 도심에서의 폭죽놀이를 금지하는 등 규제에 나서면서, 폭죽놀이의 기세가 예전보다 좀 꺾였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고유의 풍습을 왜 제한하느냐는 반발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를 억누르기 위해 정부가 꺼내 든 카드가 스모그 유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아직도 폭죽 문화는 중국인들에게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고, 규제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춘절 폭죽 문화는 아직도 중국에서 과거와 현재가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는 지점이다.
김도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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