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7.24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일본의 고급 백화점 중 하나인 미쓰코시는 '하나히라쿠'(꽃이 피다)라는 포장지 문양으로 유명하다.
1950년 일본 최초로 표준화된 오리지널 포장지의 필요성에 눈을 뜬 경영진은 저명한 화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이노쿠마 겐이치로(1902 ~1993)에게 디자인을 의뢰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고심하던 겐이치로는
해변을 산책하던 중, 파도에 다듬어진 자갈들을 보고 영감을 얻어 새로운 포장지 문양을 디자인했다.
미쓰코시 백화점의 포장지. 하나히라쿠 문양(위 사진)과
상품을 포장한 후의 효과.
흰색 바탕에 스키아파렐리 레드(Schiaparelli Red: 빨강과
자주의 중간색)로 채색된 제각기 다른 문양들이 자유롭게
배치되어 너무 산만한 게 아닌가 하는 경영진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런데 그 포장지로 상품을 꾸리면 흰색과
빨간색의 미묘한 조화 덕분에 놀라울 만큼 화사한 품격이
묻어났다. 애써 고급스럽게 보이려고 잔잔한 무늬를
규칙적으로 배열하던 다른 백화점들의 포장지와는 격이
달랐다. 생동감이 넘치는 하나히라쿠 문양은 포장지에
그치지 않고 신문 광고, 카스텔라 빵의 장식, 상점가의 돔형
천장에 매달린 설치미술품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었다.
2011년 이세탄 미쓰코시 그룹은 '일본 감각'(Japan Senses)
이라는 이름으로 고유의 전통·문화·미학의 가치를 재발견하여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 일환으로 하나히라쿠 문양을 민속공예품·인형·수건·청주·
화장품 등 지역 특산품 디자인에 적용한 70여 종의 신제품
시리즈를 개발했다.
평범했던 민속품들이 개성이 뚜렷한 하나히라쿠 컬렉션으로
변신하자 고객들의 호응이 커졌으며, 2016년 일본 굿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60여 년을 사용해온 파격적인
문양 디자인의 가치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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