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8.07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색채는 사람의 마음을 좌우하는 힘이 있다. 선명한 빨간색은 흥분과 활력, 진한 파란색은 안정과 차분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 색채의 힘을 일상에서 체험해볼 수는 없을까?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있는 팬톤 호텔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색채전문기업 팬톤(Pantone)이 2010년 설립한 이 호텔은 8층 건물에 객실이 60개로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색채 속에서 머무세요!'라는 슬로건답게 색을 주제로 디자인되었다.
벨기에의 건축가 올리비에 아나에르(Olivier Hannaert)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미셸 펜망(Michel Penneman)이 디자인한
이 호텔의 외관은 1970년대의 실용적 스타일로 수수한 편이지만 일곱 가지 색채(빨강·주황·노랑·초록·파랑·남색·보라)를
층별 주제로 지정하여 차별화했다. 층마다 유리창에 은은한 톤의 주제 색채필름을 붙여 외관에서부터 색채 호텔이라는
특성이 드러난다.
벨기에 브뤼셀의 팬톤 호텔. 층별 색채가 반영된 호텔 전경(왼쪽)과 빨간색을 주제로 한 객실 내부.
1층 로비에 들어서면 팬톤이 해마다 지정하는 '올해의 색채'가 반영된 리셉션은 물론 화려한 원색조로 채색된 기둥·의자·
자전거(투숙객에게 대여)가 눈길을 끈다. 객실은 하얀 캔버스처럼 흰 벽과 짙은 회색 카펫으로 마감하여 층별 주제 색감이
돋보이게 했다. 침대 머리맡에는 벨기에의 저명 사진작가 빅토르 레비(Victor Levy)의 전원 풍경 사진이나 화사한 색깔이
있는 그림을 걸었다. 가구·침구·전화기·물컵·휴지·세면도구 등에도 주제 색채가 적용되었다.
객실마다 활용된 색채의 명칭, 고유번호 등이 기록된 컬러 칩(chip)을 비치하여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투숙객은 자신의 취향과 기분에 따라 원하는 분위기의 객실을 고를 수 있고, 모든 동선(動線)에서 자연스레 색채의 느낌과
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 팬톤 호텔의 인기몰이는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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