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29] 단추를 떼면 사회적 지위도 끝

바람아님 2017. 8. 14. 09:24

(조선일보 2017.08.14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작고 평범한 단추에 그런 스토리가 있었다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프랑스 복식, 단추로 풀다'를 관람하고 난 소감이다. 

18세기 프랑스에서 처음 만들어진 단추는 명예의 상징이었다. 

단추를 떼인다는 것은 사회적 지위를 박탈당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 가치만큼이나 갖가지 신념과 시대상이 반영된 값비싼 단추들이 제작되어 '단추의 황금기'라고 한다. 

복식 문화의 중심에 다양하게 디자인된 단추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단추전시회의 가터 버튼(garter button), 미국 제품(1925년 추정), 디자이너 미상, 장식예술박물관 소장.프랑스 단추전시회의 가터 버튼(garter button), 

미국 제품(1925년 추정), 디자이너 미상, 

장식예술박물관 소장.


19세기에는 단추가 군복과 같은 제복의 상징으로

집단의 정체성을 나타내주었을 뿐만 아니라, 

댄디즘(Dandyism·정신적 귀족주의)이나 

아르누보(Art Nouveau·진보적인 새로운 예술)와

같은 새로운 미술 사조의 표현 수단이었다. 

산업화 덕분에 마분지, 조개껍데기, 금속, 도자, 

납유리로 만든 단추들이 대량생산됨에 따라 샘플

사진을 인쇄한 홍보자료가 널리 보급되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기술의 진보 덕분에 소재와

색상의 제약이 적어짐에 따라 단추는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의 창의성과 솜씨를 겨루는 장이 

되었다. 1925년쯤 여성의 치마 길이가 짧아지자 

타이츠가 흘러내리지 않게 고정해주는 

'가터 버튼'이라는 새로운 단추가 생겨나 

디자이너들이 역량을 한껏 발휘했다. 

여성의 제각기 다른 표정을 갖가지 다른 기법과 

재료를 사용하여 유머러스하고 코믹하게 

표현함으로써 재미를 더했다〈사진〉.


전시된 단추들은 400여 년 동안 급변했던 시대상과 복식의 변화를 소상히 설명해주는 듯하다. 

2011년 프랑스의 중요문화자산으로 지정된 로익 알리오(Loïc Allio)의 단추 수집품 등 전시품 1800여 점에 수많은 사람의 

체취와 삶의 이야기가 어려 있다. 그런 전시회를 국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서울에 이어 대구박물관에서 9월 9일부터 12월 3일까지 전시한다.



국립중앙박물관 '프랑스 복식, 단추로 풀다'

전시는 2017년 5월 30일부터 8월 15일지 이어진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17년 5월 30일부터 8월 15일까지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단추’를 주제로  프랑스 근현대 복식의 역사와 문화를 조망하는 전시다. 

의복의 일부로만 여겨지던 단추를 다양한 재질과 기법, 형태로 소개함으로써 단순한 장신구가 아닌 역사와 사회상을 

반영하는 주요한 주제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단순히 단추뿐만 아니라, 의복, 회화, 드로잉, 사진, 공예, 조각 등 

1,800여 건의 다양한 전시품으로 프랑스 근현대 역사와 문화, 예술의 흐름을 살펴보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