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8.21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피아트-스메그 500 냉장고, 높이 83×폭 125×깊이 80㎝,
2013년 유럽, 2017년 미국 출시.
'이종교배(異種交配)'라는 용어가 있다.
품종 개량을 위해 같은 종의 생물 중에서 형질이 우수한 개체들을 고르거나
아예 종이 다른 것들을 교배시키는 것이다.
생물공학 분야에서 흔히 쓰이던 개념이 요즘 디자인 분야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패션·가전·가구·자동차 산업 등 다른 업종에서 한 가지 제품을 골라 공동으로 디자인하는
'컬래버'(Collaboration의 준말)도 일종의 이종교배라 할 수 있다.
이탈리아 가전업체 스메그(Smeg)와 자동차 제조사 피아트(Fiat)는 1950년대부터
소파·테이블·콘솔 등 다양한 제품의 디자인 컬래버를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빈티지 스타일, 디자인, 기술적 노하우를 공유하여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2013년 유럽에서 첫선을 보여 큰 화제를 모은 '스메그 500' 냉장고도 디자인 컬래버의 성과이다.
두 회사의 디자이너들은 1957년 처음 생산된 피아트 자동차의 대표 소형차 '친퀘첸토'(Cinquecento, 이탈리아어로
500을 의미)의 차체 앞부분 3분의 1을 그대로 남겨 스메그 500을 디자인했다.
친퀘첸토의 500㏄급 엔진 룸이 차체 뒤에 있어 앞부분의 공간은 트렁크 역할을 할 뿐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냉장고로
전환한 것이다. 전면에는 원형 전조등과 안개등, 크롬 도금된 범퍼를 그대로 살렸다.
보닛을 누르면 맞은편에 자동차 계기판을 연상시키는 냉장고 온도 조절 장치가 보인다.
두 개의 슬라이딩 도어로 여닫는 내부 공간의 부피는 100L로 와인셀러나 음료수 저장고로 제격이다.
차체의 색상은 화사한 빨강, 해맑은 초록, 우아한 흰색 중에서 고를 수 있으며, 타이어가 있어 거실이든 바든
어디나 쉽게 설치할 수 있다.
2017년부터 미국에서도 시판되는데, 가격이 8500달러(약 970만원)임에도 인기몰이를 한다니 업종 간의
디자인 컬래버 효과를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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