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8.28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한동안 온라인 서점에 밀려 고전하던 오프라인 서점들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책을 직접 보고 느끼며 고르려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디자인으로 차별화한 서점들의 성업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중국에선 '책 향기가 나는 오프라인 서점'을 추구하는 '중수거(鐘書閣)'가 그런 추세를 이끌고 있다.
1995년 자신의 딸 이름을 따서 '중수(책 사랑)'라는 서점을 창업한 진하오(金浩) 대표는 '상하이의 젊은 우수 교장 10인'에
선정되었던 교육자 출신이다. 대중적인 책은 '중수서점', 품격 있는 인문·예술서는 '중수거'에서 취급한다.
쑤저우의 중수거 8호점, 건축주: 진하오, 디자이너: 유토피아 랩·아키유니츠. 면적: 1300㎡(약 393평), 2017년 개점.
2013년 상하이 외곽의 템스 타운에서 처음 문을 연 중수거는 주제를 살린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영국 BBC가 선정한
'꼭 가봐야 할 세계 10대 서점'에 뽑혔으며, 평일 1000명, 주말에는 1만명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그 성취에 힘입어 진 대표는 중수거를 계속 늘려나가고 있으며, 2017년 7월에는 8호점을 장쑤성 쑤저우에 열었다.
상하이의 디자인 회사 '유토피아 랩(Wutopia Lab)'과 '아키유니츠(ArchUnits)'는 서점은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하고,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대담하게 깨뜨렸다. 신(新)상업 지구의 한 오피스타워 아트리움 2층에 자리한
중수거 8호점은 중국의 대표적인 정원 중 하나인 '쑤저우 원림'의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모티브로 네 개의 구역을
디자인으로 특화했다.
'무지개 골짜기' 구역은 천장에서 벽으로 이어진 다공(多孔) 알루미늄 박판의 매끄러운 흐름과 파스텔 색조가 환상적이다.
반딧불이 동굴, 수정궁전, 어린이 성곽 등 다른 세 개의 전문 도서 구역도 각기 주제를 살려 디자인했다.
서점 곳곳에 고객이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책 사랑과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배어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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