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8.31 채민기 기자)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공동 총감독, 스페인 건축가 자에라-폴로 방한]
요코하마 항만 터미널 설계로 유명, 파주출판단지 내 사옥도 작업해
"도시는 자연과 함께 성장하는 것… 그 깨달음 주는 도시가 서울이죠"
"서울은 도시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도시입니다.
도시는 자연과 떨어져서 성장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주지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공동 총감독인 스페인 건축가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Zaera-polo·54)가 다음 달 2일 행사 개막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올해 처음 열리는 이 행사는 건축에 집중하는 베네치아·홍콩·이스탄불 등의 비엔날레와 달리
도시 문제까지 폭넓게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30일 서울 사직동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만난 자에라-폴로 감독은
"서울은 처음부터 산과 강 같은 자연을 따라 도시를 디자인한 독특한 역사가 있다"며
"도시를 논하는 비엔날레를 열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자에라-폴로는 1995년 일본 요코하마 항만 터미널 현상설계에 당선되면서 세계 건축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일 년에 서너 번씩 한국에 온다"고 할 만큼 국내 건축계와도 교류가 깊다.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당시 광주광역시 구도심에 소규모 건축물 10개를 조성한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파주출판단지 내 출판사 '들녘' 사옥을 한국 건축가 김영준과 공동으로 설계했다.
이번엔 서울시립대 배형민 교수와 함께 비엔날레 공동 총감독을 맡았다.
30일 서울 사직동 돈의문박물관마을의 한옥 앞에 선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 총감독.
비엔날레를 치른 뒤 이곳엔 건축 박물관과 유스호스텔 등이 들어서 ‘문화 마을’로 운영될 예정이다. /장련성 객원기자
그는 "주거·업무 등 기능별로 도시의 지역을 나누고 필요한 시설을 짓는 전통적 접근법이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고 했다.
"1950~60년대 미국 도시들은 고속도로와 자동차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주거지역이 교외로 밀려나면서 한 집에서 차를 3대씩 보유했고 에너지 낭비와 대기 오염이 심각해졌죠.
이제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변화를 줄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공유(共有)다.
도시 구성원들이 한정된 자원을 나눠 쓰고 절약하며 자연과 공존을 모색한다는 의미다.
물이나 토지 같은 자연 자원의 공유는 물론 이를 실천하게 해주는 기술까지 아우른다.
비엔날레의 주제도 '공유도시'로 정했다.
"이미 서울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빈 주차장을 찾고 함께 쓰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각종 센서를
활용하면 앞으로 교통량이나 대기의 질 같은 도시 환경을 실시간으로 계측하는 일도 가능할 것입니다."
비엔날레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중심으로 열린다.
옛 한양 도성의 동대문·서대문이 있던 곳을 구심점으로 삼았다.
유명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DDP와 달리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지금도 막바지 공사와
전시물 설치가 한창이어서 아직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자에라-폴로 감독은 "1960년대 들어선 한옥과 가게들을 헐고 공원을 만들려다가 보존하는 쪽으로 변경된 곳"이라며
"고속 성장 시기 서울이 발전해온 모습을 보여주는 현장"이라고 했다.
"유토피아적 청사진을 가지고 도시의 미래를 그리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기존 공간의 기능을 바꾸고 어떻게 새롭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도시는 건축가나 도시 설계사가 만드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만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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