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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중 핵실험 나서나

바람아님 2017. 9. 18. 09:07
[중앙선데이] 입력 2017.09.17 00:20

에버라드 칼럼
북한이 이달 3일 여섯 번째 핵 실험을 했다. 그 의미를 여러 가지로 풀어 볼 수 있다. 우선 북한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성할 때까지 실험을 이어갈 의지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핵 개발을 놓고 협상하거나 중단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여기서 ‘완성’은 북한 외무성이 말한 “미국과 실질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는 단계”다. 협상을 통한 타결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이는 이유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서둘러 완료해야 하는 데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핵이 미국의 공격을 막아 준다고 그들이 믿기 때문이다.
둘째, 제대로 이뤄지면 유엔의 제제가 효과를 내 조만간 북한 경제를 숨막히게 할 수도 있어서다.

북한은 2014년 가장 많이 수출했다. 30억 달러 규모였다. 유엔 제재로 석탄과 철광석뿐 아니라 섬유 수출마저 막힌다. 섬유 금수만으로도 수출이 7억2500만 달러나 줄어든다. 전체 감소 규모는 수출의 3분의 1이나 절반 가까이 될 전망이다. 북한 정권이 감당하기 버거운 규모다. 경제난이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하루 빨리 핵무기를 완성해 제재 철회를 압박하고 부자 나라들의 도움을 이끌어 내는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6차 핵 실험의 두 번째 의미는 국제사회가 작은 불협화음을 내기는 하지만 북한의 희망과는 달리 긴밀하게 협조하게 됐다는 점이다. 최근 유엔 결의안엔 미국의 요구 사항이 모두 반영되진 않았다. 하지만 거의 다 반영돼 있다. 흥미로운 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리 제재안을 공개한 사실이다. 여기엔 석유공급 완전 차단, 선박 정선과 검색 등이 들어 있었다. 덕분에 언론은 미국 제재안과 유엔 결의안을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세 번째 의미는 중국이 북한 급변사태를 대비해 대책을 세우자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 점이다.
바로 북한이 붕괴하면 누가 핵 무기고를 장악·관리해야 할 것인지,
북한 난민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
북한 급변사태를 대비한 최적의 정치적 타협은 무엇인지,
북한의 핵 위협이 제거되는 순간 남한에 배치된 사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양쪽의 최근 협의 내용들이다.

하나 하나 놀라운 의제다. 무엇보다 두 나라 협의 사실이 중국 정부의 보도통제를 받지 않고 세상에 알려졌다는 점이 흥미롭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 급변사태와 관련해 의견 일치를 봤다면 북한의 앞날은 암울하다. 중국은 달갑지는 않지만 현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자칫하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입장 차이를 극복하고 합의에 이르렀다면 북한 체제는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
 
북한 핵 실험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북한은 이달 3일 실험 직후 최고 지도자(김정은)가 핵 무력을 한결 완벽하게 만들기 위한 중요한 과제를 내렸다고 밝혔다.  추가 핵 실험이 예상되는 이유다. 여드레 뒤인 11일엔 유엔의 제재안이 통과되면 북한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하루 뒤인 12일엔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전날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모든 것들이 앞으로 더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가늠하게 한다.
 
지난 주 북한은 북태평양에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과 미사일 능력에 대한 국제사회 의구심을 털어 버리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은 탄도 미사일에 핵 탄두를 탑재해 태평양으로 쏴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중 핵실험이다. 이는 국제 사회에 더 큰 위협이다. 공기와 해양 오염을 일으키고 방사능 오염 사태를 일으켜 결국 국제 사회의 더 큰 분노를 유발할 것이다. 국제 사회 비판이 거세지면 북한은 미국이 1000회 이상 핵 실험을 했고, 이 가운데 200회 정도가 공중 핵실험이었다고 강변할 것이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유엔 제재가 앞으로 있을 조치와 견줘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미국이 더 많은 카드를 쥐고 있다는 경고였다. 반면 중국은 10월 18일 열리는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주변이 안정적이기를 바라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당 대회가 끝나 지위가 더욱 확고해지면 북한에 대해 더 많은 재량권을 행사하려고 할 수 있다. 이 또한 평양이 걱정하도록 하는 대목이다.
 
아주 안 좋게 끝날 수 있다. 요즘 한반도 주변에선 긴장감이 팽팽하고 당사국의 신경은 날카롭게 곤두서 있다. 실수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북한은 자신들이 먼저 위협받지 않으면 핵 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위협받는 상황’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가 분명치 않다. 아마도 미국의 선제 공격을 의미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핵으로 공격하면 자신들이 붕괴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이 재래식 무기로만 공격해도 자신들이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점도 익히 알고 있다. 북한이 핵 무기로 남한과 괌, 일본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격하는 게 재래식 무기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고 있는 이유다. 이를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필수다.
 
일부는 북한이 핵 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좋지 않은 안일함이다. 일부는 협상으로 북한 핵을 현 단계에서 동결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북한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동결에 합의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국제 핵 사찰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을 동결하기엔 너무 늦었다. 북한은 핵 개발 프로그램을 완료하지는 못했지만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에 핵 탄두를 탑재할 능력을 갖췄다. 이미 북한의 핵 능력이 국제사회에 너무나 큰 위협이기 때문에 현 상태 동결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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