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74] "케이크나 자동차 고르듯 대통령 뽑는 게 소비자"

바람아님 2013. 10. 11. 09:25

9출처-조선일보 2012.08.16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미국의 팝 아티스트인 제임스 로젠키스트(James Rosenquist·79)는 화가가 되기 이전에 대형 옥외 광고판, 즉 '빌보드' 그리는 일을 했다. 전광판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강렬하면서도 매혹적인 이미지로 상품을 선전하는 '빌보드'는 도시 곳곳을 장악하고 있었다. 어디서나 눈에 띄는 광고판은 가장 효과적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상품명을 주입하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소비사회와 대중문화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던 로젠키스트는 화가가 된 후 순수 회화의 영역에 상업 광고의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선거'란 작품이 그 대표적인 예다. 로젠키스트는 이 작품을 위해 우선 1960년의 대선 때 사용했던 존 F 케네디의 홍보물에서 그의 얼굴 사진을 오려 붙이고, 그 옆에 잡지책에서 각각 케이크와 자동차 광고를 잘라 붙인 콜라주(collage<f> : 근대 미술에서, 화면에 종이ㆍ인쇄물ㆍ사진 따위를 오려 붙이고, 일부에 가필하여 작품을 만드는 일. 광고, 포스터 따위에 많이 쓴다. ‘붙이기’로 순화.)를 만들었다. 완성작은 이 콜라주를 확대해서 손으로 그린 것이다.

제임스 로젠키스트 ‘대통령 선거’ - 1960~1961년, 

목재판 위에 유채, 228×365.8㎝, 파리 조르주 퐁피두 센터 소장.


케네디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TV를 통해 생중계된 후보들 간의 토론에서 시청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당선된 대통령이다. 그는 TV라는 대중매체가 갖는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그 누구보다도 정확히 파악하고 확실히 이용했다. 로젠키스트는 그 점에 주목했다. 케네디는 처음으로 자기를 마치 잡지 광고에 실린 케이크나 자동차처럼 매력적으로 포장해서 선전한 정치인이었던 것이다.

소비자들은 수많은 케이크와 자동차 중에서 어떻게 하나를 선택할까. 결국은 기억나는 광고의 특정 상표를 고르게 마련이다. 물론 누구나 대통령을 선택할 때는 그보다 더 신중하고 진지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로젠키스트는 대중매체와 이미지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사실 대통령도 케이크나 자동차를 살 때처럼 광고 보고 고르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