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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결혼식 이야기..청첩장 폭탄의 공습

바람아님 2013. 10. 11. 11:05
    중국의 결혼식은 말 그대로 극과 극입니다. 상당수의 서민들은 결혼 등기소에서 혼인 증명서를 받고 등기소 안에 마련된 단상

에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결혼식을 대신합니다. 결혼식을 뒤로 미루고 동거부터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반면 5성급 호텔 등에서 호화 결혼식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젊은이들이 더욱 독특하고 인상적인 결혼식을 원하면서 갈수록

고급화 되는 추세입니다. 두 사람의 연애사를 영화로 만들어 대형 LED를 통해 보여주기도 합니다. 옛 한나라, 당나라 시대의

전통 의상을 입고 한 편의 화려한 쇼처럼 연출하는 결혼식도 있습니다. 심지어 베이징의 한 촌장님은 아들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3일 밤낮으로 연회를 베풀었다가 공산당 기율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이렇게 화려한 결혼식에 하객으로 초대된 친지, 친구들에게 축의금 부담은 장난이 아닙니다. 한 사람당 10만 원 가까운 식사를

대접 받으면서 축의금 봉투에 3만원, 5만원을 넣을 수 없습니다. 중국인들에게 물어보니 요즘 웬만한 경우에 축의금으로 1천~2

천 위안을 낸다고 합니다. 우리 돈으로 17만 원에서 36만 원 정도입니다. 좀 친하고 체면을 살려야 하는 관계라면 5천 위안을

넘기기도 한답니다. 거의 1백만 원에 가까운 돈입니다.

중국의 한 결혼 정보업체가 인터넷을 통해 이번 국경절 기간에 청첩장을 받았는지를 조사한 결과 절반 넘는 응답자가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몇 장이나 받았는지 묻는 질문에는 44%가 2장 내지 3장을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중국의 꽤 괜찮은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의 월급이 5천 위안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국경절에 초청 받은 결혼식 몇 군데만

다녀오면 한 달 생활비가 축의금으로 나가는 셈입니다.

그래서 중국의 언론들은 국경절 기간을 '홍바오(결혼 축의금을 넣는 붉은 봉투) 폭탄의 공습'이라고 부릅니다. 홍바오를 만드

느라 한 달 생활이 초토화 되는 상황을 빗댄 말입니다. 청첩장을 '홍바오 벌금 고지서'라고도 부릅니다. 청첩장 받는 것이 그만큼

고통스럽다는 뜻이겠죠. 중국 신경보가 최근 설문조사한 결과 결혼 축하선물로 86%가 축의금을 준비하고 60%는 이를 부담

스럽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10년 동안 축의금 액수가 급격히 부담스런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진단합니다. 과거에는 비싸지 않은 선물을 주고 받음으로써 '인정'을 나눴는데 이제는 멘쯔, 즉 체면을 잃지 않기 위해, 허세를 부리기

위해, 나중에 더 크게 돌려받기 위해 무리를 한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한국 갤럽에서 지난 4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천2백2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결혼식 축의금

액수가 평균 6만원으로 나왔습니다. 10만원 이상 낸다는 응답자도 20%에 달했습니다. 결혼 축의금이 가계에 부담이 되냐는

질문에는 '매우 부담스럽다'가 13%, '약간 부담스럽다'가 55%로, 68%의 응답자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실

고급 호텔에서 열리는 결혼식에는 6만원짜리 축의 봉투를 내밀어도 식사를 하기가 미안합니다. 그러니 가족을 데려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결혼식에 애들 손까지 잡고 가서 신랑, 신부를 축하해주고 가볍게 국수 한 그릇 먹고 오던 일은 색 바랜

사진 속 풍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철환 작가님이 자신의 경험을 쓴 '축의금 1만3천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봅니다. 이미 읽어보신 분들도 많겠

죠. 하지만 축의금의 본질을 이만큼 잘 그려낸 산문을 보지 못해 다시 한번 소개합니다.

[약 10여년전 자신의 결혼식에 절친한 친구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기를 등에 업은 친구의 아내가 대신 참석하여

눈물을 글썽이면서 축의금 만 삼천 원과 편지1통을 건네 주었다. 친구가 보낸 편지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친구야!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아기가 오늘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하지 말아 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친구가"

....................................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하나를 꺼냈다.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다 떨어진 신발을 신은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가 가슴 아파 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 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