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80] "범죄자를 반드시 처벌해야 근대국가"

바람아님 2013. 10. 17. 20:19

(출처-조선일보 2012.10.09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로렌체티 '치안의 알레고리'… 
1338~1340년, 프레스코화, 
시에나 팔라초 푸블리코 소재.

반듯하게 정돈된 농지가 끝없이 펼쳐진 풍요로운 땅 위로 날개를 단 여인이 보기에도 섬뜩한 교수대(絞首臺)를 손에 쥐고 있다. 다른 한 손으로는 "이 여인이 지배하는 한, 누구라도 자유롭고 두려움 없이 여행할 수 있다. 그녀가 악한들을 몰아내기 때문이다"라는 글귀를 펼쳐들고 있다. 그녀의 정체는 바로 등 뒤에 쓰여 있듯, 'SECURITAS,' 즉 '치안'이다.

이처럼 서양 미술에서는 추상적인 개념을 그 고유의 상징물을 들고 있는 여인으로 의인화(擬人化)하여 표현하는 알레고리의 전통이 있다.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의 화가 암부로조 로렌체티(Ambrogio Lorenzetti·1285~1348)가 그린 이 그림은 '치안'을 위협하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사회의 엄중한 처벌이 뒤따른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치안의 알레고리'는 로렌체티가 당시 이탈리아에서 가장 강성했던 도시국가인 시에나 공화국의 의회로부터 주문을 받고 팔라초 푸블리코, 즉 시청 건물의 '평화의 방(房)'에 그렸던 '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의 알레고리' 중 일부이다. 7.7×14.4m 크기인 직사각형 방의 세 벽을 장식하는 벽화에는 우선 좋은 정부를 이루는 덕성, 즉 평화·용기·인내·신중함·관대함·절제·정의가 표현되었고, 그 결과로 이루어진 활기찬 도시와 평화로운 농촌의 풍경이 장엄하게 펼쳐져 있다. 바로 '치안'이 지배하는 곳이다. 반대편에는 나쁜 정부의 악덕, 즉 탐욕과 독재가 그려졌다. 물론 그 뒤에는 범죄와 폭력이 판을 치는 도시와 새까맣게 불타버린 농지가 보인다. 이 작품은 14세기 중반, 인간의 구원을 오직 신(神)의 뜻에 맡겼던 중세로부터 차츰 현실적인 정치의 역할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거대한 시대적 변화를 보여준다. 


Ambrogio Lorenzetti_The Effects of Good Government in the Country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