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1.22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의 상징인 'XXX'에는 재해에서 벗어나려는 이 도시의 오랜 소망이 담겨 있다.
16세기 초부터 이 도시가 X자 모양의 십자가에 매달려 순교한 안드레 성인(Saint Andrew)을 기리는 XXX를
상징으로 삼은 것은 3대 재앙(화재, 홍수, 흑사병)을 몰아내 준다는 주술적인 의미 때문이다.
1975년 시는 빨간색 직사각형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검정 바탕에 은색으로 XXX를 표시한 깃발 디자인을 공식 채택했다.
암스테르담의 신구 로고, 왼쪽 2002년, 오른쪽 2013년.
2002년 시는 브랜드 정체성을 혁신하기 위해 로고 디자인 개발을 컨설팅 회사 에덴스피케르만(Edenspiekermann)과
디자인 에이전시 소닉(Thonik)에 맡겼다. 두 회사는 '암스테르담다움'을 살리기 위해 왼쪽 단에 XXX를 세로로 배열하고,
위 단에 'Gemeente Amsterdam(암스테르담시)'을 가로로 표기한 로고를 디자인하여 시청의 여러 부서와 자치구들이
신속히 도입·활용하게 했다.
2013년 시청의 대폭 구조 조정을 계기로 시의회는 정체성의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디자인 회사를 공모했다.
공개경쟁을 거쳐 다시 프로젝트를 맡은 두 회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한 결과,
기존 디자인을 유지하되 XXX의 크기, 행간, 모양을 40가지로 다르게 응용할 수 있게 했다.
특히 한 줄이었던 도시 이름을 두 줄로 표기하여 어떤 용도로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로고 디자인 시스템을 완성했다.
새로운 로고가 발표되자 외관상 크게 달라지지 않은 디자인에 실망한 시민들은 10만유로(약 1억2700만원)의 예산을
낭비한 게 아니냐는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두 회사가 적극 나서 기존 로고를 크게 바꾸는 것보다
그 특성을 잘 이어가는 데 따른 장점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자 들끓던 여론이 가라앉았다.
비록 작은 변화지만 로고의 활용성이 크게 나아졌다는 것을 시민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文學,藝術 > 디자인·건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현준의 도시이야기] 초고층 건물, '과시하는 인간'의 증거 (0) | 2018.01.25 |
---|---|
[유현준의 도시이야기] 카페·노래방·편의점… 숨을 곳 찾아 헤매는 한국인 (0) | 2018.01.22 |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51] 더 똑똑해져 돌아온 로봇 강아지 (0) | 2018.01.15 |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50] '중동의 문화 메카' 된 아부다비 (0) | 2018.01.08 |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49] 설화 속 영물 백호와 반달곰 (0) | 2018.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