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1.08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
중동 지역의 문화 지수(指數)가 높아지고 있다. 풍부한 오일 머니를 활용하여
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세계적 문화시설들을 잇따라 짓고 있는 덕분이다.
2017년 11월 11일 개관한 루브르 박물관 아부다비 분관은 아랍에미리트연방(UAE)의
자본과 프랑스 문화의 융합이 이루어낸 결정체이다. UAE 정부는 30년간 루브르
박물관 등의 소장품을 대여·전시하는 대가로 9억7400만유로, '루브르'라는 브랜드
명칭의 사용료로 5억2000만유로 등 총 14억9400만유로(약 1조9000억원)를
프랑스에 지불해야 한다.
2006년 아부다비 관광문화청은 도심 인근에 있는 사디야트 섬에 문화적 허브를 조성한다는 비전을 세우고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에게 박물관 디자인을 맡겼다. 파리의 아랍문화원을 디자인하는 등 아랍 문화에 정통한 누벨은
뜨거운 사막 속의 해양도시라는 아부다비의 지정학적 특성과 이슬람 전통 건축의 마슈라비야(mashrabiya·나무 격자 창살)를
접목해 박물관을 디자인했다.
누벨은 오아시스의 야자수에서 영감을 얻어 아랍의 전통 마을처럼 작은 건물들(55개)과 골목길로 구성된 박물관의
중심부에 있는 23개 화랑들을 지름 180m의 차양막으로 덮었다.
'빛의 마술사'라는 별명답게 그는 강철과 알루미늄 웹으로 만든 8겹의 차양막 사이에 만든 별 형태의 구멍 7850개를 통해
햇빛이 들어오게 해 시시각각 색다른 분위기를 조성했다. 차양막 그늘과 골목길 곳곳에서 바다와 이어지는 수로(水路)는
박물관의 내부 온도를 조절해준다. 박물관 안에는 UAE 정부가 보유한 인류 문화유산급 전시품과 프랑스에서 빌려온
7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어 세계 각국에서 오는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아부다비가 '중동의 문화 메카'로 자리 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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