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2.05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의 옆, 앞, 뒷면(왼쪽부터),
무게: 금메달 586g(순은에 6g 이상 도금), 은메달 580g, 동메달 493g. 2018년.
올림픽 메달은 운동선수가 땀 흘린 연마 끝에 거둔 성과를 인정해주는 징표이다.
메달이 수여될 때 선수가 소속된 나라의 국가(國歌)가 연주되며,
받은 매달의 개수가 올림픽에 참가한 국가들이 거둔 성적을 재는 기준이 되므로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받고 싶어 하는 영예이다.
올림픽 메달의 디자인에는 개최 국가가 추구하는 이상(理想), 가치관, 문화, 전통이 배어있기 마련이다.
2018 평창올림픽의 메달, 리본, 케이스를 디자인한 산업디자이너 이석우(SWNA 대표)도 한민족 고유의 문화유산인 한글,
한복, 한옥의 특성을 활용했다.
메달의 디자인 콘셉트는 경기와 성적이라는 '꽃과 열매'보다, 선수들의 노력과 인내라는 '줄기'가 중요함을 상징한다.
타원형 메달(가로 92.5㎜, 세로 109㎜)의 앞뒷면에 새겨진 독특한 무늬는 옆면 테두리(두께 4.4~9.42㎜)에
각인된 평창동계올림픽이공일팔의 자음 "ㅍㅇㅊㅇㄷㅇㄱㅇㄹㄹㅁㅍㄱㅇㄱㅇㅇㄹㅍㄹ"이라는 씨앗에서 각기 자라난 줄기의
형상이다. 메달의 전면에는 오륜기, 후면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엠블럼과 수상 종목의 이름을 양각으로 두드러지게 표시했다.
메달을 거는 리본은 고급 한복의 소재인 갑사(비단 옷감)를 안(연한 빨간색)과 밖(연한 청록색)으로 덧대어 만든 다음,
한글 눈꽃 문양을 자수로 섬세하게 새겨 넣었다.
메달을 담는 원목 케이스의 디자인은 전통 한옥 기와지붕의 곡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적용했다.
공식 후원사인 한국조폐공사는 종목별 시상용 메달 222세트와 보존용 32세트 등 총 259세트를 동전 만드는 것처럼
주형에 눌러서 찍어내는 압인(壓印) 방식으로 제작했다.
한글이라는 씨앗에서 자란 가상의 줄기를 통해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함을 암시하는 디자인 콘셉트가
수상자는 물론 온 세상 사람들의 마음속에 퍼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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