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3.26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어, 프링글스 감자 칩 로고가 달라졌네…." 프링글스 로고 하면 으레 빨간색 보타이와 흰 얼굴에 밤색 카이저 콧수염이
잘 어울리는 신사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던 애호가들에게는 궁금증을 일으킬 만하다.
새로 등장한 로고는 '미스 프링글스'라는 별명에 걸맞게 긴 속눈썹, 옅은 핑크빛 입술, 밤색 묶은 머리가 돋보이는
숙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프링글스(Pringles) 로고. 왼쪽은 원래 로고, 오른쪽은 CQ가 제시한 미스 프링글스 로고.
그 로고는 이달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즈음하여 미국의 '창의적인 평등(Creative Equals·CQ)'이라는 단체가 디자인하여
미디어에 올린 것이다. CQ는 소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자들을 주제로 디자인된 유명 브랜드(프링글스·모노폴리·
드림웍스 등) 로고를 대상으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남성 위주인가를 풍자했다.
그 로고에 등장한 남성을 여성으로 바꾸어 다시 디자인한 다음, 원래 로고와 새 로고가 화면에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캠페인을 전개했다.CQ의 설립자인 알리 하난(Ali Hanan)은 그 캠페인이 해당 브랜드들을 공격하거나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동등한 기회가 제공되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창의 산업에서 일하는 디자인 디렉터 중 89.5%가
남성이라는 현상을 지적하고, 앞으로 여성 디자이너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섬유 노동자들이 정치적 평등권의 보장, 노동조합의 결성,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한 데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금년부터 여성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다.
프링글스처럼 널리 알려진 로고에 그려진 남성을 여성으로 바꿈으로써 '양성 평등'을 쉽고 재미있게 홍보하려는
재치 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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