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4.09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롤스로이스 비전 넥스트 100 콘셉트 카,
디자인 총괄: 자일스 테일러(Giles Taylor), 길이: 5.9m, 2016년.
"와, 정말 특이하네." 고품격 자동차의 대명사인 롤스로이스가 창사 110주년에
선보인 신개념 차량(콘셉트 카) '비전 넥스트 100'은 외관부터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2016년 6월 18일부터 8일간 런던에서 전시된 이 무공해 자율 주행 차량은 요트처럼
유선형 차체를 네 개의 기둥이 떠받드는 모습이다.
'대성전(大聖殿)'이란 별명이 붙은 이 콘셉트 카는 소유주의 취향을 최대한 살릴 뿐만
아니라 당당하게 탑승하는 데 중점을 맞춰 디자인됐다.
차체 왼쪽 문은 위로 완전히 열리기 때문에 차에 탈 때 허리를 굽힐 필요가 없다.
문이 열리면 빨간색 LED 조명등이 켜져서 레드 카펫이 깔린 듯 발길을 밝혀준다.
문짝 측면에는 우산꽂이가 있고, 엔진실이 있던 공간에는 트렁크가 자리 잡았다.
차량 내부는 손으로 짠 실크 카펫, 의자 커버, 쿠션 등으로 편안함을 더했다.
인공지능(AI) 비서가 친절하게 인사를 건넨 다음 일정과 경로 등을 확인하고 운행을 시작한다.
차체 제작에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의 취향에 따라 원하는 형태로 쉽게 바꿀 수 있다.
운전대와 계기판은 사라졌다. 주행 중에 필요한 정보 소통이나 오락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진다.
반원형으로 노출된 휠캡(wheel cap·자동차 바퀴 중앙에 로고를 붙인 덮개)은 65개의 알루미늄 부품들을 일일이 손으로
조립했다. 2040년쯤 실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 콘셉트 카는 숙련된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롤스로이스의
오랜 전통에 최첨단 기술들을 접목하여 요즘 모델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차체의 전면에 우뚝 선 환희의 여신상과 판테온 신전을 연상시키는 라디에이터 그릴(radiator grille·공기 흡입구)은
계속 남겨 '롤스로이스다운' 품격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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