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4.23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자전거용 고가(高架) 회전교차로 호번링(Hovenring), 2012년.
'자전거 왕국'이란 별명답게 인구 1600만명의 네덜란드에는 자전거가 1800만대나 된다.
자전거 전용도로와 신호체계 등 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서 국민들은 출퇴근과
등·하교에 주로 자전거를 이용한다.
암스테르담의 경우, 시내 교통에서 자전거 분담률이 40%가 넘는다. 원래 네덜란드도
자동차 위주 교통정책을 폈다. 1950년대부터 자가용의 보급 대수가 늘자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3500명이 되고 대기오염이 확산되는 등 부작용이 커졌다.
1965년 암스테르담에서 민간 주도로 '하얀 자전거'라는 무료 자전거 공유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자전거가 중요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로 에인트호번시(市)에 건설된 고가 회전교차로 '호번링'은 자전거 중심
교통정책의 상징이다. 이 도시와 암스테르담, 그리고 인근의 두 도시를 잇는
큰 교차로는 매일 2만5000대의 차량이 오가는 데다 노폭이 넓어 자전거 통행에 아주 불편했다.
횡단보도가 있지만 신호 대기 시간이 너무 길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멀리 돌아가야만 했다.
문제 해결에 나선 에인트호번 시의회는 2008년 공모를 통해 교량 전문회사 'ipv 델프트'에 프로젝트를 맡겼다.
2012년 완공된 '호번링'은 70m 높이의 주 탑에서 내려진 24가닥의 강철 케이블이 교차로 위에 떠 있는
원형 상판(지름 72m)을 지탱하는 구조이다. 무게 1000t인 철제 상판은 LED 조명이 설치된 안쪽 고리와
자전거용 통로인 바깥쪽 고리로 구성되었으며, 4개의 완만한 경사로로 지면과 이어진다.
630만유로(약 83억원)의 건설비가 투자된 호번링은 교통 체증과 사고를 방지하는 기반 시설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40여 년간 이어져 온 자전거 중심 교통정책의 일관성과 노하우(know-how)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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