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5.14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어떻게 공기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까?
이탈리아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Boeri)는 건축물에 식물을 심어 공기 오염의 피해를 줄이는 데 관심이 많았다. 식물은
광합성 작용은 물론 토양 미생물과의 상호 작용으로 산소를 배출하고 탄산가스와 미세 먼지 등을 없앤다는 데 착안했다.
잎이 흡수한 유해 물질들은 대사 과정에서 제거되거나 뿌리로 가서 미생물의 영양원이 된다.
40년 정도 자란 숲 1헥타르(약 3000평)는 한 해 168kg의 유해 물질을 처리한다.
2009년 부동산 개발 기업 '하이네스 이탈리아(HINES Italia Sri)'는 밀라노의 역사 지역 재개발 부지에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건축물을 짓는 프로젝트를 '스테파노 스튜디오'에 맡겼다. 이 스튜디오의 보에리는 세계 최초로 주거 공간과 숲을
융합한 '수직 숲'을 조성하기 위해 원예·식물학자들의 조언을 받아 26층과 18층 아파트 2동(총 400가구)을 디자인했다.
밀라노의 ‘수직 숲’(Vertical Forests), 디자인 : 스테파노 스튜디오.
2014년 완공된 아파트의 테라스마다 심은 900그루의 나무(높이 3~6m)와 1만4000종의 식물 덕분에 1헥타르의 숲과 맞먹는
공기 정화 효과를 얻고 있다. 스테파노 스튜디오는 나무와 식물을 심으면서 돌풍에 쓰러지지 않도록 안전성 테스트를 거쳤다.
조경 용수는 건물 내의 생활하수를 정수·공급하는 시설을 통해 각 가구에 제공된다.
흙과 식물의 무게를 지탱하도록 바닥을 강철로 보강해 두께는 28cm나 되지만 건축 비용은 5% 정도 추가됐을 뿐이다.
식물의 식재(植栽)와 관리는 전속 조경사가 담당하므로 입주민들의 부담은 없다.
'수직 숲'은 로잔·타이베이·토론토·보고타 등 여러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심각한 대기오염을 줄이려고 보에리와 협력해 난징시에 시범 수직 숲을 짓고 있으며,
류저우시에는 2020년을 목표로 대규모의 수직 숲 도시를 조성하고 있다.
본격적인 숲 치유 효과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文學,藝術 > 디자인·건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70] 월드컵 로고에 담긴 러시아의 자부심 (0) | 2018.05.28 |
---|---|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69] 거꾸로 펴고 접는 '역발상' 우산 (0) | 2018.05.21 |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67] 멜버른을 다시 살린 로고 (0) | 2018.05.07 |
[유현준의 도시이야기] 젊은이들이 건축적 안목을 보여주는 새 방법 (0) | 2018.05.03 |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66] '노예 해방 운동'을 북돋운 메달 (0) | 2018.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