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5.07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멜버른시 로고, 디자인: 랜도 시드니의 제이슨 리틀, 2009년.
멜버른(Melbourne)은 호주에서 둘째로 큰 도시다.
해운이 교통의 중심이었던 20세기 초반만 해도 호주 최대 도시였지만,
항공이 발달하면서 시드니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1956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했고, '정원(庭園)의 도시'라는 별명처럼 아름다운
멜버른은 표정이 많은 도시이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에 도입한 시의 로고(logo·문자 등으로 디자인한 상징)는
그런 특성들을 담아내기에 역부족이었다. 노란색의 태양, 멜버른의 첫 글자(M)를
따서 음양으로 표현한 M자, 긴 나뭇잎을 조합하여 디자인한 로고를 두고
복잡하고 산만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2009년 멜버른시는 브랜드 전략과 정체성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디자인 회사 랜도(Landor)에 프로젝트를 의뢰했다.
랜도 호주 지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던 제이슨 리틀(Jason Little)이 이끄는 팀은 멜버른의 첫 문자인 M을 주제로
개성이 강하고 사용하기에도 편한 로고를 디자인했다. '볼드 엠(Bold M)'이라는 이름대로 두꺼운 M자의 내부 공간을
용도에 맞추어 제각기 다르게 활용할 수 있어 표정이 다양한 멜버른을 상징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새 로고에 대한 멜버른 시민들의 첫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 아니었다.
색다른 M자 디자인에 시 예산을 24만달러(약 2억6000만원)나 지불한 것은 과하지 않으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랜도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M 로고가 단순하게 보이지만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했고,
오래지 않아 시민들도 새로운 로고의 진정한 가치와 잠재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멜버른을 상징하는 로고로 전 세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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