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5.21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비 오는 날 접이식 우산 때문에 낭패를 보기 쉽다.
승용차에 타거나 내리며 우산을 접거나 펼 때 빗물을 뒤집어쓰기 일쑤이고, 좌석과 바닥이 젖어 곰팡이와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기도 한다. 특히 건물 로비나 지하철 실내 역사(驛舍)의 바닥이 빗물에 젖으면 낙상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사고 방지를 위해 비닐 커버 기계를 설치하기도 하지만, 쓰레기 공해를 유발하는 문제가 있다.
키프로스에서 태어나 영국 러프버러대학교에서 항공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제난 카짐(Kazim)은 그런 문제점의
해결에 적극 나섰다. 10여 년의 관찰과 연구 끝에 이중(二重) 우산살 장치를 적용한 신개념 우산을 창안했다.
카즈브렐러(KAZbrella), 무게 590그램, 가격 45파운드(약 6만6000원).
자신의 성(姓)과 '엄브렐러(umbrella)'를 합성하여 '카즈브렐러'라고 이름 지은 이 우산은 표면에 묻은 빗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필요가 없다. 젖은 겉면이 안으로 접혀 들어가서 물이 밖으로 흘러내리지 않고 안쪽에 고이기 때문이다.
우산의 안팎을 모두 방수섬유로 마감하여 강풍이 불어도 쉽게 뒤집히지 않고 만약 뒤집혀도 간단한 조작으로 복원된다.
카짐과 섬유디자이너인 아내, 제품디자이너인 막내딸이 합작한 카즈브렐러는 2010년 영국 특허를 받았다.
한 TV 방송국이 '백만장자가 된 발명가'라는 프로에 그를 초대한 데 이어, BBC는 사업화가 유망한 발명품으로 소개했다.
2015년 5월 킥스타터(kickstarter·투자를 받기 위해 상품의 아이디어, 목표 모금액, 출시 계획 등을 알리는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에 소개되자 목표액(2만5000파운드)보다 10배나 더 모금돼 상품화가 빠르게 이뤄졌다.
생활 속의 불편을 역발상으로 해결한 카짐은 큰 부(富)로 보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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