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6.04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 시공: 쌍용건설, 2010년.
요즘 새삼 주목받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는 '마리나 베이 샌즈'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재벌인 샌즈가 투자한 이 종합 리조트는
외관부터 독특하다. 마리나만(灣)에 인접한 공원에 우뚝 선 55층 건물 3개가
긴 보트처럼 생긴 스카이파크를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이스라엘 출신 미국 건축가 모셰 사프디(Moshe Safdie)가 디자인한 이 건물은
카드놀이를 할 때 한 벌의 패를 섞기 위해 양손으로 카드의 끝을 잡고 살짝 꺾은
모습을 연상시킨다. 건물을 옆에서 보면 수직 판과 휘어지는 판이 합쳐진
'들 입(入)'자 구조이다. 두 판은 23층부터 만나는데 휘어진 판의 최대 경사도가
52도에 달해 시공이 대단히 어려웠다. 세계 저명 건설사 14개가 도전했지만
모두 시공 방법을 찾지 못해 탈락했다. 그러나 쌍용건설은 교량 제작용 특수 공법을
활용, 공사 기간을 절반 정도 줄여 27개월 만에 완공했다.
2500여 호텔 객실, 명품 쇼핑몰, 공연장, 카지노 등으로 구성된 이 리조트의 자랑거리는 옥상 스카이파크의 풀장이다.
옥상 풀장은 색다를 게 없지만, 해발 200m 높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길이 50m의 풀장(폭 8m, 깊이 1.2m) 3개가 일렬로 이어져 있는 '인피니티(Infinity) 풀'은 호텔 투숙객 전용이다.
연평균 기온이 섭씨 27도라 연중 밤낮으로 물놀이를 할 수 있다. 풀장 주변에 난간이 없어서 수면이 하늘과 맞닿아
보이는 데다 수심이 얕아서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며 기념사진을 찍기에 제격이다.
독특한 건축미(美)와 서비스로 명성을 얻은 이 리조트는 일자리 1만6000개를 창출하고, 해마다 관광객 4000만명을
유치하여 싱가포르 미래 경제의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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