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70] 월드컵 로고에 담긴 러시아의 자부심

바람아님 2018. 5. 28. 08:05

(조선일보 2018.05.28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2018 러시아월드컵이 다가오면서 공식 로고(엠블럼)가 매스컴에 자주 등장한다. 6월 14일부터 한 달간 열리는

21번째 월드컵의 로고에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러시아의 정체성이 잘 나타나 있다. 두 사람이 지구를 들고 있는

FIFA 우승컵과 러시아 황제에게 진상하던 달걀 모양의 공예품인 '임페리얼 에그'를 조합한 형상이다.특히 이 로고의

곳곳에는 '마법과 꿈의 나라'로 알려진 러시아의 자부심을 한껏 높이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세 개의 둥근 창이

있는 구(球)는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와 러시아의 전설에 등장하는 '마법의 공'을 상징한다.


2018 FIFA 러시아월드컵 로고, 디자인 : 브랜디아 센트럴, 2014년.2018 FIFA 러시아월드컵 로고,

디자인 : 브랜디아 센트럴, 2014년.


하늘 향해 두 팔을 벌린 사람들의 모습은 축구 선수들의

활력, 팬들의 흥분, 별에 가려는 인류의 야망을 나타낸다.

주조 색인 빨강, 파랑, 검정, 금색은 러시아 국기와 정교회의

'이콘(icon·聖畵)' 색채에서 유래되었다.

2014년 10월 러시아월드컵 조직위원회는 로고를 공모하기

위해 국내외의 저명한 디자인 에이전시 8곳을 초청하여

아이디어 발표회를 열었다. 조직위원회가 사전에 제시한

심사 기준은 로고 디자인이 러시아의 정체성은 물론

FIFA 월드컵과의 관계를 잘 나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러시아를 잘 아는 국내 에이전시들이 유리할 것이라는

뜬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각계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만장일치로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이전시 '브랜디아 센트럴

(Brandia Central)'을 선정했다. 이 에이전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랙터인 미겔 비아나(Miguel Viana)의 디자인 안(案)이

심사 기준에 가장 잘 맞는다는 공감대 덕분이었다.


최종 로고의 공개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이 화상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의 특설무대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