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72] 당근 껍질과 藻類로 만든 핫도그

바람아님 2018. 6. 11. 07:27

(조선일보 2018.06.11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나?

2050년경이면 지구촌 인구가 93억~100억 명으로 늘어나 식량 부족이 심화될 것이다.

UN 조사에 따르면 35년 후에는 식품 수요가 70%나 증가하지만, 농토는 한정되어 대체 식품 개발이 시급하다.

특히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기 부족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의 햄버거와 핫도그, 디자인: 스페이스 10, 주요 식자재: 거저리 애벌레, 조류 등, 2018년.미래의 햄버거와 핫도그,

디자인: 스페이스 10,

주요 식자재: 거저리 애벌레, 조류 등, 2018년.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의

미래생활연구소인 '스페이스 10'은

이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 다양한 미래 식품을

디자인하고 있다.

코펜하겐에 있는 연구소 식품디자이너

시몬 페레스(Simon Perez)와 식물공학자

세바스티안 드라겔뤼케(Sebastian Dragelykke)는

올해 3월 공동 개발한 미래 햄버거와 핫도그를

공개했다.


햄버거 패티(고기나 생선 등을 다져 빚은 음식)는

갈색거저리 애벌레, 빨강사탕무,

파스닙(배추 뿌리같이 생긴 채소), 감자 등을

섞어 만들었다. 새우 맛이 나는 거저리 애벌레는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등 영양이 풍부하고

대량 사육도 쉬워 식자재로 그만이다.


핫도그에는 어린 당근 껍질을 벗겨 말린 식물성

소시지가 들어 있다. 빵이 초록색을 띠는 것은

작은 조류(藻類·수중 생물)인 스피룰리나

(spirulina)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영양분이 많은

조류는 종류도 다양하고 번식도 잘되어

대체 식품으로 제격인데, 스피룰리나에는

특히 베타카로틴, 엽록소, 철분이 많다.

케첩은 산딸기와 빨강사탕무, 크림은 겨자,

강황, 구운 양파, 오이, 허브 등을 섞어 만들었다.


애벌레와 조류로 만든 이 식품들은 겉모양부터 징그럽지 않고 먹음직하여 호평을 받았다.

보기 좋고 맛이 있는 식품을 디자인하려는 '스페이스 10'의 성과는 이케아의 미래 사업 방향을 가늠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