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사설] 2%대 低성장 함정에 빠져 早老하는 한국 경제

바람아님 2018. 10. 20. 08:40


조선일보 2018.10.19. 03:20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0.2%포인트 낮춰 2.7%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작년 3%대의 반짝 성장세가 1년 만에 끝나고, 경제가 제대로 회복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하강세로 돌아선다는 뜻이다. 한은은 일자리 증가 전망치도 당초 26만명에서 18만명으로 줄였다가 또다시 9만명으로 낮춰 잡았다. 작년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세계 경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3.7%(IMF 전망치) 성장하는 호황을 누리는데 우리만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세계 평균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우리보다 2배가량 잘사는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2.9%)에도 역전당하게 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은 전망치 2.7%가 우리 경제의 성장 능력을 뜻하는 잠재성장률 2.8%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 등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보다 낮다는 것은 경제 성과가 최소한의 기본에도 못 미쳤다는 의미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 경제는 아직 한참 더 성장해야 할 미성숙 경제다. 그런데도 잠재성장률조차 달성하지 못하고 2%대 저성장이 구조적으로 정착될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선진 경제권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제의 성장판이 닫혀 빠른 속도로 조로(早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은 2000년대 이후 구조 개혁과 체질 개선에 실패한 것이 누적된 결과다. 역대 정권들이 모두 정치 논리에 휘말려 한계 산업의 구조조정을 소홀히 했고 신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 전략 수립을 태만히 했다. 2세, 3세 체제로 넘어간 대기업들은 기업가 정신을 잃어가는데 이를 대체할 새로운 산업 동력을 발굴해내지 못했다.


여기에다 소득 주도라는 이 정부의 '가짜 성장' 정책이 저성장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시장을 활성화하고 기업 활력을 키우는 대신 세금을 퍼부어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정책 역주행으로 치달았다. 최저임금을 급속하게 올려 서민 경제를 냉각시키고 반(反)기업 드라이브로 산업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자해(自害)를 서슴지 않았다. 규제 혁신은 말뿐이고 노동 개혁은 뒷전으로 밀어놓았다. 이 정부 들어 설비투자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성장률이 내려앉은 것은 명백한 정책 실패의 결과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여전히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 여권에선 "소득 주도 성장을 더욱 강력하게 밀고가겠다"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경쟁하듯 세금 퍼주기 포퓰리즘으로 국민을 중독시키고 있으며 강성·귀족 노조는 완장 찬 기득권 세력이라도 된 듯 기업을 옥죄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연구소장은 얼마 전 한국 경제를 '물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에 비유하며 "끓는 물의 온도가 5년 전보다 더 올라갔다"고 했다. 성장 동력은 꺼져가는데 정부의 어느 누구도 진짜 성장을 고민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