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中國消息

<한반도 정찰記>남중국해 무너지면 西海도 위험하다

바람아님 2018. 11. 15. 07:55
문화일보 2018.11.14. 14:50



‘항행의 자유’ 국제법 준수돼야

對아세안 經協 넘어 軍協 필요

‘중국 헤지’ 위해 日과 협력 절실


문재인 대통령은 13∼18일 싱가포르와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와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교류 확대를 통해 신남방정책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확대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아세안과의 협력은 경제를 넘어 안보·군사 분야로 확대돼야 한다. 남중국해 해상교통로(SLOC)는 한국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이 막히면 한국 에너지 수입과 무역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지난달 30일 ‘자유의 항행’ 작전 중이던 미국 구축함에 중국 함정이 40m 앞까지 근접해 충돌 직전에 이르렀다. 당시 중국 함정은 충격 흡수 장치를 부착하고 있었다. 이같이 남중국해 미·중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구단선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등 국제법과 국제 관행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카리브해가 미국 영향권(sphere of influence)인 것처럼 남중국해는 중국 바다이며, 현 국제법은 서구 국가의 논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미국이 UNCLOS 미비준 국가라는 사실을 꼬집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의회 비준 여부와 관계없이 UNCLOS와 국제 관습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존 국제 규칙과 질서가 붕괴하면 결국 ‘힘의 논리’만 남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집착하는 이유는 SLOC·자원·자존심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일본과 마찬가지로 이곳을 통과하는 에너지 수송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일본이 진주만 공습을 결심한 것도 에너지 SLOC 봉쇄 때문이었다. 그러나 비용 문제를 별도로 한다면 다른 우회로를 개척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자원의 경우, ‘제2의 페르시아 걸프만’ 운운하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과장됐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그리고 최근 중국은 남중국해 자원 문제에서는 해당 아세안 국가에 일부 양보·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자존심이다. 남중국해 구단선은 장제스(蔣介石)의 11단선에서 유래됐는데, 이러한 ‘중화 팽창주의’는 1927년에 제작된 ‘중화국치지도(中華國恥地圖)’에서 본격화됐다. 이 지도는 1938년 중국 초등학교 검정 교과서용으로 사용됐다. 장제스는 살아생전에 집무실에 걸어뒀으며, 마오쩌둥(毛澤東)도 이를 중국 영토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 지도의 의미는 많은 영토를 상실해 치욕을 당하고 있으니, 힘을 길러 잃어버린 땅을 반드시 회복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한반도와 인도차이나 반도도 중국 영토 안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이 적용되지 않고 중국이 차지하게 될 경우, 다음은 서해(西海) 차례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중국은 서해에서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확정하지 못했다. EEZ 200해리가 겹칠 경우에는 균등하게 나누는 것이 국제법과 국제관례다. 그런데 중국은 해안선과 인구 비율로 서해 EEZ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 유조선과 무역선이 지나갈 수 있으니 남중국해 문제는 한국과 무관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중국은 국제법이 섬으로 인정하지 않는 암초에 인공섬을 만들어 영해 12마일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국제법의 무해통항(innocent passage)도 무시하고 있다. 국제법과 국제관행이 휴지로 변한다면, 서해 아니 동해 영유권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아세안 국가들은 대체로 중국의 심기를 가능한 한 안 건드리면서 미국을 끌어들여 안보 안전판으로 삼는 ‘대중(對中) 헤지(hedge)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 사이의 동질감이 약해 일치단결하기 어려우며, 해군력이 미비하고,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아 중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아세안 국가들의 현 상황이다.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불인정 판정을 끌어낸 필리핀도 최근에는 로키(low-key) 전술로 임하고 있다. 최근 마닐라에서 만난 필리핀 군(軍) 관계자들은 필리핀군의 6·25전쟁 참전을 언급하며 한·필리핀 해군 협력을 강조했다. 그리고 퇴역 포항급 초계함을 더 많이 인수할 수 있고, 가능하면 호위함과 209급 잠수함도 도입했으면 하는 희망을 표시했다.


한국은 남중국해에서 ‘미들 파워’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나치 독일의 오스트리아·체코 병합에 적극 대응하지 않았던 폴란드의 운명을 상기해야 한다. 현 정세는 중국의 팽창에 맞서 일본과의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순방에서 14일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하고, 한·중 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이나, 일본과의 별도 정상회담은 준비하지 않는다고 하니,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