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231] 승용차 지붕이 아늑한 침실로

바람아님 2019. 8. 5. 06:21

(조선일보 2019.08.05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자동차용 팝업 텐트(Pop-up Tent) 콘셉트, 2018년.자동차용 팝업 텐트(Pop-up Tent) 콘셉트, 2018년.


졸업전시회에서 출품자의 디자인 콘셉트에 공감이 가는 작품을 만나곤 한다.

2018년 9월 스위스 로잔예술대학교(ECAL)의 졸업전시회에서 승용차 위에

설치하는 '팝업 텐트'(간단한 조작으로 펴고 접는 천막)가 주목받았다.

제품디자인 전공 대학원생 세바스티안 말루스카(Sebastian Maluska)의 작품은

스키, 서핑 등 야외 스포츠를 즐기고 현장에서 유목민처럼 야영하는

'노마딕(nomadic)' 생활양식에 적합한 디자인 제안이다.

유명 리조트에서는 숙소를 구하기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는 데 착안한

그는 기존 제품들에 대한 장단점 분석과 비좁은 보트에서 생활하는 선원들의

행태 관찰 등을 토대로 2인용 팝업 텐트를 디자인했다.

조개가 껍데기를 여닫는 데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팝업 텐트는 구조가 간결하고

조작이 간편하다는 점에서 기존 제품들과 다르다. 두 개의 경량 알루미늄

프레임과 선박용 방수 천으로 만든 천막을 밧줄로 엮어 고정하므로 가볍고 튼튼하다.

위쪽 프레임의 핀을 당기면 가스 스프링이 작동하여 자동으로 텐트가 펼쳐진다.

양쪽 옆에 있는 출입구는 지퍼로 여닫고, 사다리는 텐트 바닥의 보관대 속에 들어 있어 앞이나 뒤로 빼내어 쓸 수 있다.

지붕에 설치된 텐트를 접으면 공기역학적인 형태가 되어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을 뿐만 아니라, 슬리핑백이나 가방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 활용할 수 있다.


말루스카는 실물과 똑같이 만든 모형을 승용차 위에 설치하고 이틀 동안 산악지대를 여행하며 팝업 텐트의 효용성을

다각적으로 시험하고 발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여 출품했다.

졸업 예정자의 창의적인 디자인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데 주안점을 둔 콘셉트이지만,

간편하고 저렴한 팝업 텐트의 조속한 상용화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