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230] 단순한 세 줄 평행선 상표의 한계

바람아님 2019. 7. 29. 12:00

(조선일보 2019.07.29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상표권은 자사를 상징하기 위해 디자인한 표지(標識)를 특허청에 등록하여 법적 보호를 받는 권리다.

상표는 심사를 거쳐 등록하면 10년간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기간 만료 후에는 10년씩 갱신도 가능하므로 상표권 관련

이해관계의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세 줄 상표로 유명한 독일의 '아디다스(Adidas)'는 두 줄 상표를 등록하려는 벨기에의 '슈 브랜딩 유럽(Shoe Branding

Europe)'과 10년 넘게 상표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아디다스 상표(아래)를 운동화에 적용한 디자인(왼쪽).
아디다스 상표(아래)를 운동화에 적용한 디자인(왼쪽). 오른쪽은 슈 브랜딩 유럽의 상표를 적용한 디자인.


세 줄 상표는 원래 핀란드의 '카르후 스포츠' 소유였으나 1949년 아디다스가 사들여 로고와 제품 디자인 등에

두루 활용하고 있다. 2014년 유럽지식재산청(EUIPO)은 아디다스에 '어느 방향으로든 평행한 검은색 세 줄 상표권'을

공식 부여했다. 한편 슈 브랜딩은 2009년부터 네 번이나 두 줄 상표 등록을 EUIPO에 신청했으나 아디다스 상표와 비슷해

혼동이 우려된다며 번번이 기각당했다.

슈 브랜딩은 전략을 바꿔 EUIPO에 아디다스의 세 줄 상표가 단순하고 평범한 무늬이므로 상표 등록을 취소해야 한다고

제소하여 2016년 승소했다. 아디다스는 그 판결을 뒤집으려고 고등법원에 해당하는 EU 일반법원에 항소했으나

3년 만인 지난 6월 패소했다. 세 줄 상표가 독창적이므로 법적 보호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디다스가 유럽 내에서 세 줄 평행선 상표권을 계속 보유할 수 있을지는 2개월 내에 대법원 격인 유럽사법재판소에

상고하여 최종 판정을 받아야만 한다. 이미 등록된 상표일지라도 디자인이 평범하여 보호할 만한 대상이 아니라는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그 권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