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240] 거듭 진화하는 '캥거루' 로고

바람아님 2019. 10. 7. 15:55

(조선일보 2019.10.07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콴타스의 옛 로고(2007년)와 현재 로고(2018년), 기체 디자인의 진화.콴타스의 옛 로고(2007년)와 현재 로고(2018년), 기체 디자인의 진화.


콴타스(QANTAS)의 로고를 보면 오스트레일리아(호주) 국영 항공사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나는 캥거루"라는 별명답게 콴타스 로고의 주제는 호주의 상징인 캥거루이기 때문이다.

1920년 설립된 콴타스의 로고 디자인에 캥거루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44년이다.

그 당시 1센트 동전을 본떠서 캥거루를 사실적으로 그려 넣었다.

1947년 국영 항공사가 된 것을 기념하여 흰 날개가 달린 캥거루가 두 발로 지구본을

붙잡고 나는 형태로 바꿨다.

1968년에는 지구본을 없애고 빨간색 원으로 둘러싸인 캥거루 밑에 굵은 이탤릭체로

회사 이름을 표기했다.

1984년 창립 65주년을 앞두고 회사 이름 뒤에 흰색 캥거루가 그려진 빨간색 삼각형

로고를 도입했다.

2007년에는 구조 조정을 계기로 캥거루 꼬리를 높이 치켜올려 역동성을 강조했다.


2018년 콴타스는 2년 후에 있을 보잉 787 드림라이너 도입에 대비하여 로고 개선에 나섰다.

산업디자이너 마크 뉴슨(Mark Newson)과 디자인 회사 '휴스턴그룹(Houston Group)'에 의뢰하여 새로 디자인한 로고는

더욱 간결해졌다. 빨간색 삼각형을 윗면이 부드러운 사다리꼴로 바꾸고 캥거루의 앞다리를 없앴다.

치켜올린 꼬리와 앞으로 쭉 뻗은 다리의 뒤쪽에 각각 옅은 회색 음영을 넣어 입체감과 운동감이 돋보인다.

획이 굵어 무겁게 보이던 이탤릭체를 반듯한 정체로 바꿔 읽기 편하고 경쾌한 느낌이 든다.

콴타스 로고가 75년 동안 여섯 번이나 진화를 거듭하며 형태가 점점 더 단순해져서 캥거루다움을 잃어간다는

일부의 지적에도 새 로고가 호평받는 것은 사실적인 묘사보다 개성적인 표현을 중시하는 세태 변화를 반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