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사진 속으로]전국노래자랑

바람아님 2014. 1. 30. 11:24

변순철, 전국노래자랑, 대전, 2005



<전국노래자랑>이라는 영화의 홍보 열기가 개봉을 앞두고 뜨겁다. 사진가 변순철 또한 몇 년 전부터 TV <전국노래자랑> 녹화 현장을 찾아다니며 출연자들을 촬영해 왔다. 그는 새벽부터 현장을 찾아가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재미있는 것은 <전국노래자랑> 출연자들이 작가의 이런 의지를 가볍게 배신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들뜬 나머지 촬영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바쁘다는 핑계로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을 때처럼 아주 잠깐의 시간만을 내어준다.

이 돌발 상황에 한동안 당황하던 작가는 이런 변수 자체를 아예 작업 속으로 끌어들였다. 출연자들의 상기된 에너지, 한껏 치장한 차림새, 과장된 동작들을 사진에서 더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전국노래자랑>의 인물들은 저마다 개성이 살아 숨쉰다. 미장원에서 공들여 손질한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포대기로 아이를 업고 있는 애기 엄마라든지, 온통 흰색으로 ‘깔 맞춤’을 한 할아버지의 부자연스러운 검정 벨트처럼, 최고의 멋을 부렸지만 그들에게서는 어딘가 모를 어설픔이 풍겨 나온다. 이 의외의 반전은 친근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쉽게 동화될 수 없는 거리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래서 오히려 사진은 더 매력적이다. 사진가의 세련된 연출 의도를 의도치 않게 무시해 버림으로써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힘, 아마도 이게 서민들의 저력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는 대국민 버라이어티쇼라고, 이 장수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분명 <전국노래자랑>은 비주류 인생의 욕망을 실현시켜 주는 소박한 카니발이긴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서민들의 욕망을 너무 소박한 방식으로 해소시켜 버리는 프로그램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현실이 소박함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던 1980년에 이 프로그램이 태어났다는 점은 사뭇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