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房/自作詩와 에세이

서울을 떠나며....

바람아님 2020. 7. 23. 17:25


  지난 11일 내 보물 전망대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이른 아침 하늘은 여늬때 보다 더욱 아름답다. 일출이 막 시작되어 멀리 북한산에 걸려있는 아침빛이 너무 황홀해 핸드폰으로 손이 가 그 빛을 거의 빛의 속도로 담았다. 이런 행동은 그동안 사진촬영을 취미활동으로 해오던 습성탓인것 같다.

이제 그동안 서울에 살았던 43년의 시간을 추억속에 담으며 서울을 떠나려 한다. 77년 11월 겨울로 넘어가는 늦가을 스산한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할때 서울에 첫 발을 내딛었었다. 시골에서만 자라고 서울은 딱 한번 수학여행온게 전부 였었는데 아무도 아는이 없는 낯선 곳에서 시작한다는 두려움이 먼저 앞섰었다. 그 후로도 서울은 언제나 나를 이방인으로 머물게 하였으며 떠나는 지금도 떨리는 마음은 여전하고 만감이 교차한다. 서울을 떠난다 해서 인생이 끝나는것은 아니지만 내인생의 가장 많은 시간들이 녹아 있고 그 속에서 있었던 인생의 희노애락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그중에서도 가장 슬프고 괴로웠던일들이 온통 머리를 점령해 마지막을 정리하는 손끝에 가벼운 경련이 일어 난다.

생면부지의 서울에 그나마 아내의 친구가 있는, 연탄 가루가 풀풀날려 바깥에 빨래를 널어 놓지 못하는 이문극장뒤에 터를 잡아 첫아이를 낳고 살았던 일들...그리고 홍수만 나면 침수지역이 되 장화 없이는 못산다는 목동의 작은 아파트로 이사 했던일 몇년후 주변이 모두 고층 아파트로 둘러 쌓여 외딴섬처럼 살았던일... 둘째아이를 출산했을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병원 복도를 뛰어 다니는 첫째아이를 쫒아 다니는데 보다 못한 아내가 간호사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라는 쪽지를 보내와 멀쑥했던일...그때는 그렇게 하는 것인줄 몰라 아내를 당황 시켰었다.

한밤중에 큰아이가 숨을 쉬지 못해 엎고 병원으로 뛰었던일, 둘째아이가 아빠퇴근 기다리며 창틀에 올랐다가 아파트에서 떨어졌던일과 천운으로 살아나 부작용없이 성장했고 , 그리고 아찌와 앵두를 하늘로 보내던 날등 실로 많은 일들이 기쁨보다는 슬픔이 더 많았던것 같다. 어머니가 날 갓 마흔에 낳으셨고 지방에 계셨기에 우리의 신혼 살림을 돌봐 주시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처음부터 우리는 홀로 시작해 하나하나 우리끼리 스스로 터득해 나가느라 부족한점도 미숙한점도 많아 알아 가는데 오랜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서울생활에서 잊을수 없는 일은 아내를 먼저 보내야만 했던 일이다. 하루에도 몇번씩 불쑥불쑥 떠오르는 그날의 일들, 모든것이 아내의 일에 둔감하고 무능했던 내책임이라는 자책감에 늘 하늘보기가 부끄럽고 원망스러운 마음을 안고 살았다. 이 큰죄를 안고 나중에 부모님을 뵈었을때 뭐라고 말을해야 하나......이런 생각이 들때면 가슴이 망막하게 조여온다.

내 생애 갖을수 있었던 가장 아름다운 베란다 STUDIO 에서 일출광경을 보며 지난일들을 떠올리는 동안 아침해는 벌써 이만큼 떠올랐다.. 그 아름다움을 두눈에 꼭꼭 담으려고 아침에 눈뜨면 제일먼저 베란다로 달려 갔지만 그날이후 구름으로 덮이는 날이 많아 더이상 일출광경을 볼수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 날씨 마져도 내인생을 닮았을까.

이제 오늘밤이 지나면 서울에 안녕을 告할 시간이다 . 이사를 위해 컴을 싸야 할시간이다.
이글이 서울에서의 마지막 글이 될것이다. 내가 나고 자란곳은 아니지만 원래의 자리로 돌아 가려한다.

한낯 시골 촌뜨기가 일생의 대부분을 보냈던 서울 !!
고마웠다는 말을 남긴다. Adios Seou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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