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세상이야기

문에 머리카락 끼었는데..中 지하철 황당 답변

바람아님 2014. 3. 26. 09:28
    그런 종류의 소문이 있습니다. 내가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직접 봤다는 사람을 만난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세대는 누구나 압니다. 마치 본 일처럼 얘기합니다. 지어낸 일인지, 실제 있었던 일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충분히 있었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그런 종류 가운데 지금도 가끔 혼자 떠올리고는 키득거리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25년 전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강남 지역을 지날 때였습니다. 한 무리의 청소년이 지하철을 탔습니다. 딱 보기에도 전혀 모범생과는 거리가 먼 아이들이었습니다. 특히 그 가운데 한 명은 머리에 모발조형제를 잔뜩 발라 하늘을 찌를 듯이 세웠습니다. 당시 이른바 '날라리'들에게 유행하던 '닭벼슬' 머리였습니다.

이들은 주변 승객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큰 소리로 떠들어댔습니다. '닭벼슬' 머리는 그중에 가장 시끄러웠습니다. 두 마디 가운데 한 마디는 쌍욕이었습니다. 승객들은 주변에서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습니다. 모두 눈살을 찌푸렸지만 감히 뭐라 하지도 못했습니다.

다행히 '닭벼슬' 머리가 삼성역에서 내릴 준비를 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내리지 말라며 장난을 걸었습니다. 삼성역에 도착해 객차 문이 열렸는데도 '닭벼슬'을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내리겠다고 뿌리치고 잡아끌고 일대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닭벼슬'이 몸은 빠져나가지 못한 채 머리만 문 밖으로 내민 상황에서 갑자기 문이 다시 닫히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란 '닭벼슬'이 머리를 객차 안으로 끌어당겼는데…아뿔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세워놓은 '닭벼슬' 머리카락이 그만 문에 끼였습니다. '닭벼슬'은 고개를 약간 숙인 채 객차 문에 머리를 박고 있는 모습을 연출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낄낄거리던 친구들도 '닭벼슬'의 머리카락을 빼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그러자 '닭벼슬'은 친구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문만 열려봐. 너희는 다 죽었어." 그 순간 옆에 계시던 한 아주머니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다음 정거장은 반대쪽 문이 열리거든. 그 다음 정거장도 쭉. 아홉 정거장 지나야 이쪽 문이 열릴 거야."

그때부터 승객들은 정거장마다 내리면서 '닭벼슬'에게 한마디씩 했습니다. "까불 때 알아봤다."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으니까 그 꼴을 당하지." "싸가지 없이 굴더니 쌤통이다." 등등. '닭벼슬'은 꼼짝없이 15분 넘게 벌 아닌 벌을 선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믿거나 말거나'하는 일이 실제 중국에서 벌어졌습니다. 후베이 우한시에서 한 50대 여성이 지하철 2호선을 탔습니다. 객차 안에 승객이 많아 억지로 밀고 들어가는데, 그 순간 문이 닫히면서 뒷머리 쪽 머리카락이 그만 지하철 문에 끼였습니다. 주변 승객들이 머리카락을 빼주기 위해 애써봤지만 별무소용이었습니다.

한 승객이 비상 호출기로 역무원을 불렀습니다. 역무원은 도움을 주기는커녕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만 했습니다. "어쩌죠. 문을 강제로 열 방법이 없어요. 문제는 앞으로 종점까지 모든 역에서 반대쪽 문만 열린다는 거예요. 열세 정거장을 가셔서 종점에 도착해야 머리카락을 뺄 수 있습니다." 승객들마다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씩 빼주려고 노력했지만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결국 30분 가까이 열세 정거장을 지나 종점에 도착해서야 이 여성은 풀려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황당한 일을 이 여성만 겪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재작년 우한 2호선 개통 이래 지금까지 비슷한 일이 3번이나 발생했습니다. 현지 기자가 우한시 지하철 운영공사 담당자에게 왜 임시로 문을 열 수 없는지 따졌습니다. 이 담당자의 대답입니다. "지하철 밖에는 전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강제로 객차 문을 열 경우 승객들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시로 문을 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전세계 대부분의 지하철은 비슷한 방식으로 전류를 공급받습니다. 물론 지하철이 달리는 중에 문을 열거나 철로로 내려가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 정거장에 도착했을 때 반대쪽 문을 임시로 여는 것이 왜 불가능할까요? 이해하기 힘든 답변입니다.

아마도 '임시로 문을 열 수 있게 했다가 안전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 때문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참으로 행정 편의적인 발상입니다.

문에 머리가 끼이는 것은 몹시 난감한 일이지만 생명에까지 위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객차 안에 화재나 가스 누출 같은 사고가 있어 승객들이 급하게 탈출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종점까지 가야 하나요?

우한시 지하철공사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계속되는 한 전설 같은 우스갯소리를 현실로 보는 일은 반복될 것입니다. 그 정도 일로 끝난 것이 오히려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