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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의 마음 읽기]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비전 2

바람아님 2023. 8. 30. 08:26

중앙일보 2023. 8. 30. 00:40  수정 2023. 8. 30. 06:55

정부 바뀌어도 ‘긴 안목’안 보여
즉흥적 발언·대책에 미래 불안
고령사회·기후위기 등 준비됐나

가끔 부모님 댁에 가서 그 집 강아지를 봐준다. 그런 때 근처에 사는 초등학생 조카들이 놀러 오기도 한다. 어린 푸들과 어린 호모사피엔스들이 방방 뛰는 모습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켜본다. 그들은 5년 뒤, 10년 뒤에 대한 걱정 없이 오롯이 지금 이 순간을 사는데, 그게 그렇게 부럽다. 나의 번민, 불안, 두려움은 대부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하는 데서 온다.

불확실성이 주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나는 ‘카르페 디엠’이라는 키팅 선생님 말씀보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에 더 끌리는 편이다. 사실 내 생각은 좀 더 암울한데, 세상 누구도 미래를 자기가 원하는 그 모습 그대로 창조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건 신의 영역이다. 내 생각에는, 사람은 비전을 만들고 거기에 기대 불안을 다스릴 수 있다. 비전은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런 비전조차 힘을 발휘한다.

개인뿐 아니라 집단에도 비전은 중요하다. 우리는 최고경영자에게, 정치지도자에게 비전을 요구한다. 나는 2년 전에 이 지면에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비전’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당시 정부에 대해 ‘정교한 비전과 철학이 부족했’다고 썼다. 현 정부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하려는 참이다. 출범 이후 국정 운영에서 정교한 비전과 철학보다 그 정반대에 있는 것, 바로 즉흥성을 훨씬 더 자주 봤다.

대통령이 여러 사안에 세세하게 지시를 자주 내리는데, 상당수가 즉흥 발언으로 들린다. 그 와중에 정부 조직의 아랫단에는 ‘케세라세라’ ‘하쿠나 마타타’ 정신이 깃든 것 아닌가 싶다......고령사회, 지방소멸, 중산층 붕괴, 인공지능, 기후위기에는 이 정부가 준비를 얼마나 잘하고 있을까. 길 잃은 기분 속에 미래가 두렵다.


https://v.daum.net/v/20230830004032633
[장강명의 마음 읽기]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비전 2

 

[장강명의 마음 읽기]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비전 2

가끔 부모님 댁에 가서 그 집 강아지를 봐준다. 그런 때 근처에 사는 초등학생 조카들이 놀러 오기도 한다. 어린 푸들과 어린 호모사피엔스들이 방방 뛰는 모습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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