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氣칼럼니스트/송호근의 세사필담

[송호근의 세사필담] OC목장의 결투

바람아님 2023. 9. 5. 01:56

중앙일보 2023. 9. 5. 00:56

해양과 대륙 간 진자운동 역사
출구없는 이분법 격돌정치 초래
이념 도리깨로 역사를 타작하면
한국은 순백의 초원으로 나갈까

가을비가 폭염을 멀리 보냈다. 곧 추석이 올 것이다. 오래전 추석엔 극장가가 붐볐다. ‘미워도 다시 한번’ 같은 애정극, ‘OK목장의 결투’ 같은 서부극이 인기였다. 필자는 서부활극파였다. 악당이 총에 맞는 순간의 짜릿함이라니. 석양 속으로 사라지는 총잡이의 고독에 매료됐다. 불과 몇 초의 결투로 OK목장은 평정을 되찾는다. 소와 말이 사이좋게 풀을 뜯어 먹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어도 절대 안 바뀌는 것들이 있다. 머리와 가슴을 짓이기는 이분법 격돌정치. 국민도 진영화된 격투기에서 타협은 배신, 휴전은 굴종이다. 문패가 5년마다 바뀐다니 팬덤, 언론, SNS를 동원해 전투력을 증강한다. 출구 없는 목장의 혈투, 한국의 현실이 그렇게 됐다. 이름하여 ‘OC목장의 결투’.

목장 주역은 둘, O씨와 C씨. 해양(Ocean)세력과 연대한 O씨, 대륙(Continent)세력과 손잡은 C씨는 견원지간이다. 이리저리 몰려다닌 게 100년을 훌쩍 넘겼다......O씨와 C씨는 대륙과 해양에 ‘찡긴’ 역사의 일란성 쌍생아다. 그래도 이만큼은 왔다. OC목장에 타오르는 상호혐오의 불길은 역사의 유산과 미지의 기회를 다 태워 먹을 것이다. 어리석은 광란의 춤은 언제 끝날까. 


https://v.daum.net/v/20230905005653969
[송호근의 세사필담] OC목장의 결투

 

[송호근의 세사필담] OC목장의 결투

가을비가 폭염을 멀리 보냈다. 곧 추석이 올 것이다. 오래전 추석엔 극장가가 붐볐다. ‘미워도 다시 한번’ 같은 애정극, ‘OK목장의 결투’ 같은 서부극이 인기였다. 필자는 서부활극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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