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氣칼럼니스트/송호근의 세사필담

[송호근의 세사필담] 동학이 항일투쟁이라고?

바람아님 2023. 10. 3. 01:52

중앙일보 2023. 10. 3. 00:56

정치적 의도로 역사 덧칠은 금물
동학법 개정안은 동학 본질 이탈
제폭구민 척왜양 투쟁 불사했지만
사민평등 자각한 종교개혁이 본질

줏대 없다는 뜻의 좌고우면이 꼭 필요할 때가 있다. 정치권이 역사적 사건을 평가할 경우다. 야당은 홍범도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동학(東學)을 불러들였다. 국회 상임위 소위에서 강행 처리된 동학법 개정안은 직선적이고 거칠다. 1894년 동학농민봉기 참여자를 ‘독립유공자’로 대우하고 ‘고손(高孫)’까지 교육·취업·의료 혜택을 부여한다는 것. “일제의 침략에 맞서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기에” 독립유공자, 130년 전 일이라 고손이라 했다. 족보를 뒤지고 고조부 행적을 찾아 나서야 할 판이다.

1894년 봄 백산 결의문엔 사람존중, 성군질서, 왜양과 권귀(權貴) 축멸을 선포했고, 전봉준이 작성한 걸출한 문서인 『무장포고문』 역시 교조신원, 탐관오리 척결, 척왜양 순으로 대의를 밝혔다. 외세를 물리쳐 반듯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강성 민족주의의 원류로 해석하는 것은 좋으나, “일제의 침략에 맞서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다는 의도적 강조는 본말전도에 해당한다. 학계에서 그토록 경계한 운동권적 역사편집이다. 우금치 전투에서 농민군은 3천 관군과 2천 일본군 연합부대와 싸웠는데 그게 항일투쟁인가?

독립유공자가 되려면 농민군의 가슴 속에 ‘항일투쟁’이라는 푯대가 휘날려야 한다. 죽창과 괭이를 들고 무장(남접)과 보은(북접) 집회에 자진 모여든 농민군의 내면에 독립과 항일이 있었을까?.....지배층의 수탈에서 가족생계를 구하려던 민중들이었다. 그것을 가로막는 외세는 물론 외세를 불러들인 조정도 적이었다. 보국안민(輔國安民)이 그래서 나왔다. 죽음을 무릅쓰고 돌진한 힘은 내면의 소리, 즉 동학교리였다.

동학법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의 지역구가 정읍이라고 하는데, 정읍 황토현 전투(4월)에는 청군도 일본군도 없었다. 1907년 구식 군대 해산 전후 의병운동이야말로 독립항쟁의 보고(寶庫)다. 그들 대부분 산야에서 죽었기에 기록이 없다. 이건 향촌야사까지 뒤질만 하다.


https://v.daum.net/v/20231003005620507
[송호근의 세사필담] 동학이 항일투쟁이라고?

 

[송호근의 세사필담] 동학이 항일투쟁이라고?

줏대 없다는 뜻의 좌고우면이 꼭 필요할 때가 있다. 정치권이 역사적 사건을 평가할 경우다. 야당은 홍범도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동학(東學)을 불러들였다. 국회 상임위 소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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