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氣칼럼니스트/송호근의 세사필담

[송호근의 세사필담] 개에 대한 명상

바람아님 2024. 1. 23. 01:16

중앙일보 2024. 1. 23. 00:47

개가 보기에도 한심한 정치판
개식용 금지법으로 연정 선보여
전직 대통령 묘소에 머리 숙인들
물갈이 빅텐트 이뤄낼지 못 믿어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외신들이 난리가 났다. 미국 CNN은 방송 도중 속보를 내보냈고, 주요 통신사들도 호들갑을 떨었다. 네팔, 필리핀, 인도네시아처럼 개를 먹는 나라가 더러 있음에도 이렇게 조명을 받는 건 한국이 G10 멤버이기 때문일 것이다. ‘드디어 후진국을 벗어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이런 표현에는 문화적 경멸감도 읽힌다.

조선 최초의 어류도감을 만들고 있던 정약전 선생이 산개를 정말 먹었을까만, ‘개’라면 당대의 시대적 고통을 앓는 몸에 들어가 보양이 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오죽했으면 작가 김훈이 스스로 개가 되어 세상을 보려 했을까. 자전거 여행 중 폐촌에서 마주친 개들의 눈초리는 알쏭달쏭했다. 그래서 진돗개 ‘보리’로 자신을 둔갑시켰다(소설 『개』). 풍경과 달빛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제멋대로였다.  죄짓고 딱 잡아떼는 사람들이 우선 웃겼다.

진돗개 보리가 요즘의 정치판을 본다면 뭐라 할까, 그냥 컹컹 짖고 말까, 아니면 개판이라 할까. 개에 등급을 부여한 건 인간이다. 애완견, 경비견, 탐색견처럼 특정 임무를 받은 개를 견(犬)으로 불렀고, 버려진 잡초 같은 개는 구(狗)자를 붙였다......정치하는 사람들이 정견(政犬)은커녕 정구(政狗)가 된 현실을 정작 개는 이해 못한다.

개 식용 금지! 초당적 지지를 얻었다나? 꼬리가 또 절로 흔들리긴 해도 두 무리 간 최초 합의를 사람들이 ‘개 연정(聯政)’이라 하니 기분은 썩 좋지 않다......물갈이해봐야 율사 아니면 운동권이고 제 3 지대 빅텐트도 노숙자 꼴 날 것 같은데 덫에 걸렸다는 몰카 명품백이 시끄러워질 모양이다. 이참에 아예 근심 걱정 버리고 들판이나 쏘다닐까 한다. 덫에 걸려 팔려 갈 일 없으니.


https://v.daum.net/v/20240123004740538
[송호근의 세사필담] 개에 대한 명상

 

[송호근의 세사필담] 개에 대한 명상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외신들이 난리가 났다. 미국 CNN은 방송 도중 속보를 내보냈고, 주요 통신사들도 호들갑을 떨었다. 네팔, 필리핀, 인도네시아처럼 개를 먹는 나라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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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저자        김훈
출판        푸른숲  |  2005.7.18.
페이지수  231 | 사이즈    148*210mm
판매가     서적 11,7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