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24. 2. 21. 23:33
아델라이드 라비유기아르가 그린 ‘두 제자와 함께 있는 자화상’(1785년·사진)은 18세기 유럽 여성 미술교육에 대해 말해주는 중요한 그림이다. 여성은 미술교육을 받을 수도 화가가 될 수도 없던 시대에, 라비유기아르는 여성 최초로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스튜디오를 루브르 안에 열었고, 왕립 미술아카데미 회원이 되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1783년 5월 31일, 아카데미는 투표를 통해 라비유기아르를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가였던 엘리자베스 비제 르브룅도 같은 날 회원으로 선출됐다. 두 여성의 입회에 분노한 남자 회원들은 이들의 작품은 물론 인격까지 모독하고 폄훼했다. 급기야 여성할당제를 만들어 여성 회원 수를 당시 여성 수와 동일한 4명으로 제한했다.
라비유기아르는 바로 다음 살롱전에 이 그림을 그려 선보였다. 아카데미가 더 많은 여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항변이었다. 화가는 자신을 성공한 화가의 모습으로 묘사했다. 우아한 실크 드레스를 입고 이젤 앞에 앉아 능수능란하게 화구들을 다루고 있다. 뒤에 선 여성들은 아끼던 두 제자, 마리 가브리엘 카페와 카로 드 로즈몽이다....가장 주목할 점은 이들의 손이다. 스승은 화구에, 카페는 스승의 의자에, 로즈몽은 동료의 허리를 감싸고 있다. 세 사람은 서로 연결돼 서로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드러내고 있다. 제자들은 끝내 아카데미 회원이 되지 못했지만, 스승 덕분에 화가로 화폭에 영원히 새겨졌다.
https://v.daum.net/v/20240221233311080
여성 화가의 도전[이은화의 미술시간]〈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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