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2024. 5. 26. 06:45
[생색- 28] 모든 아름다움에는 각고의 인내가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흐드러지게 핀 꽃도 누군가의 노고없이는그 향기를 뽐낼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오늘날 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이유는 꿀벌과 같은 매개자들이 끊임없이 꽃가루를 날랐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꽃을 보는 일도, 맛있는 과일을 먹는 일도 그들 없이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미국 농무부(USDA)는 농산물에 꿀벌이 이바지하는 경제적 가치를 미국 내에서만 연간 약 20조원으로 추산합니다. 미물이라고 가볍게 볼 일이 아닌 셈이지요.
벌들의 사생활은 그들이 지구에 기여하는 것만큼이나 경이롭습니다. 번식의 과정이 철저히 분업화돼 있어서입니다. 그들의 침실을 살짝 들어가 봅니다. 지난 5월 20일이 세계 꿀벌의 날이었습니다.
계급차별은 ‘침실’에서는 극에 달합니다. 교미의 즐거움은 오직 수벌과 여왕벌만 누릴 수 있습니다. 암벌들은 그 평생 일만하고도 남자 손 한번 잡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해야 합니다. 그들은 날때부터 생식능력이 없는 채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암벌의 삶이란 그야말로 비참하기 짝이 없지요.
일벌이 열심히 일하는 동안, 여왕벌은 교미에 열중합니다. 이들의 교미는 독특하기 그지 없는데, 자기의 집에 있는 숫놈들과는 몸을 섞지 않아서입니다. 혹시나 모를 근친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여왕벌은 ‘교미비행’이라는 과정을 통해 ‘드론 집합지’(drone congregation area)라는 곳으로 떠납니다.다른 벌통에서 온 수벌들이 가득한 곳이지요. 우리말로 이를테면 ‘헌팅포차’와 같다고 해야 할까요. 이 곳에 모인 많은 수벌에게 여왕벌은 몸을 허락합니다.
평생을 기다리던 교미의 순간. 수벌이 여왕벌과 몸을 섞자 수벌은 복부가 파열돼 죽습니다. 생식기가 뽑혀 여왕벌 몸에 들어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https://v.daum.net/v/20240526064501729
“첫경험 하면 무조건 죽는다”···괴이한 ‘교미’하는 이 동물의 신비 [생색(生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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