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2024. 6. 10. 06:01
남 둥지에서 자란 뻐꾸기, 원래 주인과 닮아
숙주가 침입자 쫓아내자 생김새 같게 위장
속임수 정교해지다 아예 새로운 종으로 진화
뻐꾸기와 숙주 간 위조와 적발의 군비 경쟁
김동인은 1932년 단편소설 ‘발가락이 닮았다’를 발표했다. 소설에 나오는 M은 성병에 걸려 생식능력을 잃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아내가 아들을 낳았다. M은 자기 자식일 리 없음에도 아기가 할아버지를 닮았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핏줄이라 우겼다. 그래도 닮은 구석이 영 보이지 않자 아기의 양말을 벗기더니 발가락이 자신과 똑 닮았다고 했다.
뻐꾸기 알을 잘못 키운 새는 어떨까. M이야 닮은 구석을 찾아 정을 붙이려 했지만, 새는 끝까지 속을 수밖에 없다. 겉모습이 다르다면 바로 둥지에서 몰아내지만, 뻐꾸기도 그에 맞서 자기 알을 양부모가 될 새의 알과 흡사하게 바꿨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도 마찬가지다. 속임수가 치밀하다 보니 나중에 아예 새로운 종(種)으로 진화할 정도다. 주인집 둥지에 숨어든 ‘기생충’ 뻐꾸기는 어떻게 될까.
호주 국립대 생물학과의 나오미 랭모어(Naomi Langmore)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31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남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와 둥지를 뺏기는 숙주 새 사이에 속이고 적발하는 군비 경쟁이 벌어지며 새로운 뻐꾸기 종이 생겨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년 동안 숲에서 벌이지는 탁란을 관찰하면서 동시에 박물관에 보관된 알에서 DNA를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탁란을 당한 새가 생김새를 많이 따질수록 뻐꾸기 새끼도 숙주 새끼와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숙주가 치밀해지자 기생하는 뻐꾸기의 속임수도 정교해진 것이다.
적과 싸우려면 무기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몸으로 버틸 때도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2009년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롤로지’에 탁란에 희생되는 새가 뻐꾸기보다 몸집이 작지만 자기 알을 지키기 위해 집단 행동을 한다고 발표했다. 케임브리지대 주변 숲에 사는 개개비(reed warbler)는 뻐꾸기가 접근하면 떼를 지어 공격했다.
https://v.daum.net/v/20240610060156429
[사이언스카페] “내 아이 아니었어?” 뻐꾸기 속임수가 불러온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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